매년 초에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연례 행사가 열린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가전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 CES(세계가전전시회)와 디트로이트 모터쇼다. 매년 1월 초에 제일 먼저 열리는 행사여서 관련 업체와 트렌드를 파악하려는 언론은 물론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다.
올해 이들 양대 쇼의 주제는 인공지능(AI)과 자율운행차로 대표되는 4차산업이었다. 특히 IT기술과 자동차의 컬래버레이션이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세계가전전시회와 자동차전시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CES에서는 자동차 업체가 오히려 주인공이었다. 반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IT업체가 시선을 끌었다.
IT기술과 자동차의 컬래버레이션은 인류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 주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한 시선이 자리한다. 이미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에너지가 개발됐고 공장 자동화에 따라 수많은 재화를 보다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양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나아가 4차혁명은 기존의 세상 규범을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파괴적일 수 있다.
◆4차혁명은 위기이자 기회
우리나라에 4차혁명의 시대적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다. 지난해 이세돌과 AI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적으로도 빨리 AI의 무서움을 실감했다는 것은 경쟁국 대비 기회요인이다. 세계 최고 바둑기사인 이세돌이 국내에서 대결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AI나 머신러닝은 먼 얘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와의 대결 덕분에 인공지능의 기술 진화를 믿게 되고 자율운행차 같은 미래기술에 대한 인지도 역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4차혁명의 위협 요인도 넘쳐난다. 대한민국의 AI 기술 수준은 정부 스스로 미국 등 선진국 대비 평균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중국보다도 뒤떨어졌다. 실생활에 곧 적용될 자율운행차만 보더라도 미국은 수백만마일 운행 테스트를 통해 실제 도로에서의 활용을 눈앞에 뒀다. 프랑스도 제한된 공간이지만 자율운행버스의 테스트운행을 시작했다. 미국의 구글이나 테슬라, 중국의 바이두도 내년에 자율운행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자율운행차가 진짜 도로에서 돌아다니는 세상이 올 경우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기술수준을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5년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머지않은 미래에 운전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운전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고 자율운행차가 운전자 역할을 모두 대신하는 사회가 더 안전하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엘론 머스크의 전망이 공상과학 속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테슬라 같은 혁신적인 자동차기업뿐 아니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 카셰어링업체인 우버까지 자율주행차사업에 나서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엘론 머스크의 말을 믿게 됐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율운행차분야에서는 선도기업이 아니란 점도 눈에 띈다.
미래에 사람의 운전 자체가 금지된다면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직업으로서의 운전자 중 택시와 대리운전만 고려해도 꽤 많은 일자리가 위험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에 약 27만여명의 택시기사와 약 20만명의 대리운전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버스나 트럭 운전자까지 포함하면 4차산업이 몰고올 일자리 감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업을 준비하는 20~30대는 물론이고 학업 중인 학생이라면 미래의 시대변화에 살아남을 일자리가 뭔지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성장섹터에 투자하는 ETF
다음은 자율운행차에 한정해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살펴보자. 시대를 선도할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찾아내 투자하면 되지만 국내 기업 중에서 찾기는 어렵다. 그만큼 선진국 기술과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조차도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한 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는 마당이니 개인투자자가 좋아하는 코스닥 중소기업에서 그런 주식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
해외투자도 마찬가지다. 자율운행 프로세스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기업은 미국의 엔비디아(NVIDIA)다. 최근 1년간 주가가 무려 5배나 올랐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미래 성장에 확신을 갖고 투자해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는 극히 적다. 미래의 성장성에만 주목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해외에는 다양한 성장 섹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많다. 특히 자율운행, AI, 3D 프린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ARKQ(혁신적 산업 ETF)를, 로봇과 공장자동화에 관심이 있다면 ROBO(로봇·공장자동화 ETF)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겠다.
아직 국내에는 해외 선진시장과 달리 사물인터넷(IoT), AI, 자율운행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가 없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4차 산업혁명 관련 ETF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올 상반기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전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분야만을 다루는 ETF를 개발 중이다. AI·IoT 등과 연계된 ETF를 만들어 투자 시뮬레이션을 마친 삼성자산운용도 조만간 완전한 형태의 ETF 투자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