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값 비싸도 때 되면 다 들어와요, 이 정도면 싼 거지 뭐.”
개강을 앞두고 최근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골목을 돌며 취재하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와 집주인들에게 들은 말이다.

제각기 다른 방 크기와 입지조건 등을 고려하면 방값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서울 대학가 원룸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60만원선이다. 일부 70만~90만원대도 있지만 평균이 그렇다.


직장인에게도 50만~60만원대 월세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인데 주요 고객이 대학생인 대학가 원룸골목에서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정도면 싸다”고 당당히 말했다.

사실 대학생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교내 기숙사나 인근 원룸을 구해야 하지만 기숙사는 한학기에 400만원을 훌쩍 넘는 학교가 부지기수다. 한해 1000만여원에 달하는 등록금에 기숙사비도 800만여원이나 추가된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할 학교당국이 오히려 학생들을 상대로 영리를 취하는 상황이다.

고가의 기숙사비에 놀라 인근 원룸으로 고개를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증금 1000만원에 평균 50만~60만원의 월세를 꼬박 지출해야 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은 교통비 등 지출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학교 인근에 살 집을 구하는 일이 보통인데 집주인과 학교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어차피 때 되면 다 들어온다”며 장사에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자신이 일군 돈으로 임대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의 생존권은 나 몰라라 하면서 자신의 생존권만큼은 철저히 지키려드는 이들의 모습은 사회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최근 정부는 갈수록 커지는 대학생 주거비 부담을 덜고자 대학교와 협의해 교내 기숙사 신축에 나섰지만 인근 원룸 임대업자들의 강한 반발로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지만 꽤 이기적이다. 기숙사가 새로 생기면 원룸을 찾는 수요가 줄어 자신들의 생계유지가 힘들다는 것. 대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에는 관심이 없다. 본인들의 생계유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정책이라면 일단 반대하고 나선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매년 고정수요가 보장된 대학교와 인근 임대업자에게 학생들은 그저 마르지 않는 지갑이다. 그래서인지 비싼 가격을 너무 당연히 여긴다. 반대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학생과 학부모의 속은 타들어간다. 내 생존권이 중요하다면 남의 생존권에도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