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머니투데이 DB
한국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장소를 경북 성주로 결정한 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제재 강도가 수위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강도 높은 보복조치로 최근 한국증시가 급락한 충격은 중국의 보복이 비합리적임을 드러냈다.

중국인의 한국방문을 제한하고 한국상품 수입을 억제하는 행동은 중국경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공식적으로 한한령(한류금지령) 등을 내려 문화콘텐츠 수출에 제약을 가하는 것과 한국방문을 금지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는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국에도 손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을 향한 수출주가 모두 나쁜 종목이 아니며 오히려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투자자의 관심을 끈다.


◆소비재 제외한 ‘수출주’ 안전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유통과 면세업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품목 중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이럴 때일수록 소비재는 피하고 중국에 꼭 필요한 중간재의 수출주로 피신하는 게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한국은 대중 수출 중 자본재·중간재의 비중이 93%에 이르는 반면 소비재는 7%에도 미치지 못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의 대중 수출은 선진국을 향한 일종의 ‘가공·조립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의 특성상 자본재와 중간재에 편중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국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중간재의 타격은 미미할 전망이다. 사드 여파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강한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투자처인 셈이다.


한국은 중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따라서 한국과의 교역량을 줄이겠다는 것은 스스로 중국 수출제품의 경쟁력을 파괴하겠다는 것과 같다. 홍 팀장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수출국가로 부상한 가운데 2012년 일본, 지난해 대만에 이어 올해 한국까지 무역제재대상이 되면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수십년에 걸쳐 형성한 중국 중심의 공급사슬망 해체가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OELD ‘IT부품’ 중간재 투자

증권업계는 중국향 모바일 D램(RAM)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사드 여파가 국내 반도체업체의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이후 중국의 대일 수입비중이 급격히 낮아졌다. 지난해 이후 대만에 무역제재의 칼날을 휘두른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이 한국산 자본재·중간재 비중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IT(정보기술)업체가 사용하는 대형 디스플레이패널은 한국제품에 상당부분 의존한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한국산 디스플레이패널만 121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체 대중수출의 10분의1을 차지한다.

중국이 방대한 투자로 ‘IT 굴기’를 외치지만 한국산 부품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보복성 경제제재가 이어져 한국산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의 중국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중국 IT기업도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비재 중심으로 제재를 가할 뿐 중간재에는 제재가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사드 ‘무풍지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에 투자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투자처로 중간재 중 반도체 관련 업종을 추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종목을 ‘무풍지대’라고 부른다. IT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이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IT부품 수입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얇은 두께의 OLED 등의 핵심부품은 매우 중요하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T부품 중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이 불매운동을 벌이더라도 해당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