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사드 폭풍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경제동맹 중국과 안보동맹 미국 사이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유통·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쇠약해진 우리 경제가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머니S>가 한반도를 강타한 사드 폭풍의 실상과 대책을 알아봤다. 첫 타깃이 된 롯데그룹과 관광산업의 피해를 짚어보고 정부의 대응태세도 점검했다. 또 증시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도 검토했다.<편집자주>

“유커(중국인단체관광객)는 비자 발급 자체가 어렵다 보니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싼커(중국인개인관광객) 수도 반토막이 났고요. 지난해 10월 이후 갈수록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


중국인관광객이 주 고객인 중소형 여행사 대표 김모씨가 한숨을 내쉬며 토로하는 말이다. 중국이 이달 들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보복을 노골화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타를 맞았다. 30~50%였던 유커의 성장세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유커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싼커마저 가파르게 감소해서다. 수천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삼계탕파티를 여는 ‘인해전술 관광’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됐다.

중국인관광객을 태운 차량들이 줄지어 섰던 동화면세점.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한산해진 동화면세점. /사진=뉴스1 김명섭 기자

◆성장한 만큼 무너지나
5년 새 4배 이상 성장하며 발생한 20조원의 중국인관광객 경제효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관광객은 2011년 220만여명에서 지난해 806만여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관광객 1724만명 중 절반(46.8%)이 중국인이었다. 이 중 유커가 40%, 나머지 60% 정도가 싼커다. 이들의 경제효과는 2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달 들어 본격 시작된 중국의 경제보복이 계속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손실 규모는 최대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내 반한 감정 확산과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과거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으로 인한 일본경제의 피해 사례에 비춰 국내에 미칠 경제적 영향을 추산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관광·콘텐츠·수출 등 크게 세 분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0.59%포인트에서 1.07%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9조(76억9000만달러)~17조원(147억6000만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경우 중국인관광객 비중이 전체의 절반(45.2%)에 가까워 큰 타격이 예상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면세점 전체 매출액(8조589억원)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2.5%(5조353억원)에 달했다. 장 연구위원은 “일본처럼 관광객 감소가 1년 정도 지속된다면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행·호텔업계 시름

중국인관광객 하락세에 여행사, 호텔 등 관광업계는 초비상이다. 중국정부가 이달 15일 이후 한국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중국인들이 잇따라 한국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있어서다. 실제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C-Trip) 홈페이지에는 한국 관광상품 판매 페이지 자체가 사라졌다. 투니우, 취날왕 등 중국 대형여행사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중국여행객을 받는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 한 관계자는 “15일 이후 예약이 아예 없어 휴업을 해야 할 지경까지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정부에서 문건 없이 구두로만 금지 지침을 내린 탓에 공식항의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조차 쉽지 않다는 게 여행업계의 호소다.


유커가 많이 찾는 제주도는 타격이 더 크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관광객 360만3021명 가운데 중국인이 85%였을 정도다. 그런데 지난 8일 기준 제주지역 21개 여행사에 예약된 유커 11만5000여명이 연달아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지속될 경우 올해 예상 관광객 중 총 200만명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호텔업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중국인들이 다수 투숙하던 명동·동대문 일대 호텔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인 투숙객이 30%가량을 차지하는 명동의 한 비즈니스호텔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인관광객에) 예약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 객실을 제공했는데 요즘 중국인 고객들이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공실이 대거 발생해 이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호텔업계는 일본·동남아시장 쪽으로 눈을 돌려 관광객을 다변화하려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들어 시장을 다변화하라고들 하는데 이미 예전부터 일본, 동남아 등 다른 나라 관광객 모객을 꾸준히 해왔다”면서 “그럼에도 중국(관광객) 물량을 다른 나라 관광객으로 채우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지난 2~3년간 호텔업계가 명동과 충무로, 동대문 일대에 3성급 이하 비즈니스호텔을 우후죽순 개관한 데 이어 올해에도 중국인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호텔들을 잇따라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는 GS리테일 계열사 파르나스호텔의 비지니스호텔 ‘알로프트명동’이 문을 열었고 다음달에는 롯데호텔의 6성급 호텔 ‘시그니엘’과 신라호텔의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 서초’ 등이 개점한다. 아울러 롯데호텔은 도심형 호텔 ‘L7강남’과 ‘L7홍대’도 준비 중이다.

중국인관광객이 급감하는 와중에 객실은 급증하는 셈. 중국 당국의 한국관광 제한 조치가 계속될 경우 호텔업계는 출혈 경쟁으로 인건비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예견된 리스크… “독자적 관광콘텐츠 필요”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에 치우쳤던 관광정책을 다변화함과 동시에 무엇보다 한국만의 독자적인 관광자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태한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아무래도 중국인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업계는 당장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동남아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지만 사실상 그마저도 중국인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중국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업계 전반이 휘청거릴 정도로 우리나라 관광시장 체질이 허약하다”며 “이번을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만의 차별화되고 독자적인 관광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