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 시 컨소시엄을 허용 안할 경우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지역 경제계도 불공정한 룰을 문제삼으며 금호타이어의 매각을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경제계의 이같은 분위기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일부 생산라인 해외이전, 기아차 광주공장의 수출부진 등 지역경제가 침체일로에 놓인 상황에서 유일한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마저 중국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지역경제가 황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14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13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9550억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30일 이내에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42% 지분을 갖는 금호타이어 최대주주가 된다.

더블스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대주주가 된 뒤에도 금호타이어는 여전히 독립경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는 전략적 측면에서 서로 협력해 브랜드, 판매, 구매 등 분야에서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박 회장 측은 불공정한 룰을 문제삼으며 우선매수권 행사 시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블스타에 유리한 조건을 주면서 우선매수권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만큼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는는 입장이다.  


김현철 금호홀딩스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8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에게는 6개의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권자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F1(재무적투자자)만을 통한 인수는 회사경영에 위험성이 따르고 경쟁상대인 더블스타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우선매수권자인 금호 측에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한편 법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금호아시아나는 우선 매수권 약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우선매수권의 일부를 양도해 컨소시엄을 구성, 우선매수권 행사를 허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주주협의회 안건으로 정식 부의해 달라고 했으나 산업은행은 부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광주·전남지역 경제계도 금호타이어 매각 상황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마저 중국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가전, 자동차, 타이어 등 광주 경제 분야 ‘빅 3’가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2015년 말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세탁기 생산라인 1개를 중단하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이로 인해 매출와 고용감축과 협력업체 피해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파업 장기화로 생산량이 감소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올해 내수시장 침체, 근무시간 단축, 노사 임금협상 등에 따라 '50만대 생산'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놓고 금호그룹과 채권단이 맞서는 가운데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팔릴 경우 지역경제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지역의 한 경제계 관계자는 "사드문제로 우리나라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업체가 국내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채권단이 금호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조기대선이 실시되는 만큼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를 차기정권으로 넘겨 공정하게 재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지방 정치권과 경제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