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가 사실상 지주회사체제로 개편되면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업을 분할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회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규정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인 2년 내에 하이투자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사옥. /사진제공=하이투자증권
◆고민 커진 하이투자증권 매각
현대중공업그룹이 6개 회사로 쪼개지면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분수령을 맞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일 인적분할 및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4개의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분할비율은 현대중공업(존속법인) 74.6%, 현대로보틱스(산업용로봇) 15.8%,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4.9%,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4.7%다. 현대글로벌서비스(서비스부문)와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그린에너지)는 지난해 12월 분할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 분할 후 지배구조는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오일뱅크 91.3%, 현대중공업 13.4%, 현대일렉트릭 13.4%, 현대건설기계 13.4%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사업 분할로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지주회사 전환의 유예기간 안에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하이투자증권의 지분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에 따라 2년 내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해야 지주회사로서의 법적 요건을 온전히 충족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이투자증권이 M&A(인수·합병) 매물로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 현대중공업그룹의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난항이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는 지분 85.32%를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삼호중공업이 대주주(42.34%)고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2%를 보유했다.
◆비싼 하이투자증권 매각가 걸림돌
증권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로 비싼 매각가를 꼽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매각가와 괴리가 큰 최초 취득가격 수준으로 매각을 추진하다 보니 성사되지 않았다.
현대미포조선이 2008년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가격은 약 7050억원(지분 75.08%)이다. 이후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추가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불황으로 하이투자증권의 수익성이 더욱 저하된 탓에 케이프투자증권 외에는 뚜렷한 원매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매각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하이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이 당초 원했던 수준보다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예상하는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는 최초 취득가격의 절반 수준이라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까지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답보 상태였던 이유 역시 시장과 현대중공업그룹의 매각가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이제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불가피해진 현대중공업그룹은 가격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대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은 이미 패가 노출된 상황과 같다”며 “인수자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기 때문에 남은 유예기간 2년 동안 시간을 끌면서 매각가 하락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관계자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하이투자증권이 꼭 매각돼야 하는 진성 매물로 바뀐 것은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 약점”이라며 “이는 하이투자증권의 매각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vs 체질개선… 노사갈등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 개편으로 ‘2년 내 매각’이라는 시험을 치르게 된 하이투자증권은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는 체질개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하이투자증권이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리테일TF팀을 신설했는데 오히려 노사의 입장이 갈리면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특히 매각을 앞둔 하이투자증권에게 올해는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매각가치 제고를 바라보는 것에서 노사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리테일TF팀 구성은 수익이 안되는 리테일부문을 축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리테일 축소는 결국 영업망 자체를 줄어들게 만들고 그 피해를 뒤집어쓰는 건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리테일 축소가 희망퇴직 신청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며 “노조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경영진을 상대로 불합리한 조치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노조가 리테일TF팀을 구조조정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리테일부문의 경우 8년 연속 적자에 지난해에만 250억원 손실을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테일TF팀을 만든 것은 리테일 축소를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이투자증권이 매각 소용돌이에 놓인 상황에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직원이 살아남을 것 아니냐”며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도 매각가치가 높아져야 다른 회사에 흡수됐을 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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