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경쟁이 뜨겁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저비용 구조로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기존에 신용평가가 어려웠던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실행해 이익을 확보하겠다고 나서자 제2금융권은 긴장하는 눈치다.
케이뱅크는 영업 개시 후 사흘만인 지난 6일 개설된 계좌 수가 1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대출건수는 8021건, 대출액은 41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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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시장 블루오션’ 중금리대출고객 모시기 경쟁
케이뱅크의 등장으로 중금리대출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금리대출은 중신용자 수요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출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개인신용등급별 인원분포 가운데 4~6등급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882만명(4등급자 752만명, 5등급자 782만명, 6등급자 348만명)이다. 1~10등급 전체 4470만명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2%다. 여기에 7등급자(143만명)까지 더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중금리대출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금리대출 정책상품인 ‘사잇돌’ 공급액이 늘어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사잇돌 공급규모를 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해 은행에 4000억원, 저축은행에 4000억원, 상호금융에 2000억원을 공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과 저축은행 사잇돌 공급규모는 기존 각각 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상호금융권은 2000억원으로 신규 공급을 시작한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영업을 시작하며 중금리대출시장에서 고객유치를 위한 금융권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책상품인 사잇돌Ⅱ와 자체 중금리상품을 적극 출시해 우량고객을 확보해온 저축은행업계는 기존 저축은행 대출고객이 케이뱅크 대출로 갈아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상품의 영역을 확대하고 나섰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3일 최저금리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춰 연 5.9%를 적용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SBI중금리바빌론’을 출시했다. 2015년 12월 ‘사이다’를 출시한 이후 1년4개월 만에 출시한 중금리대출 상품이다. SBI저축은행은 앞으로 10% 미만의 대출상품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대출규제에 중금리대출 축소하기도
그러나 중금리시장이 단기간에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을 늘리기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이 늘자 시중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여신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고위험대출에 대비해 쌓아두는 충당금을 기존 20%에서 최대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저축은행의 BIS비율 기준은 내년부터 기존 7%에서 8%로 상향조정된다. 대출심사를 더욱 엄격히 할 수밖에 없어 대출 실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대출에 비해 이익이 적은 중금리대출을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 내부에서는 정책상품인 사잇돌부터 실행을 줄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금리 정책상품 공급액이 확대되고 인터넷전문은행도 중금리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중금리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금리대출도 가계대출이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크게 규제하는 상황에서 중금리시장이 단기간에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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