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해외진출에 성공하거나 진출 중인 곳은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금융지주계열의 카드사와 정산프로세싱을 담당하는 비씨카드다. 나머지 삼성·현대·롯데카드 등은 해외에 나가 있는 계열사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한카드가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지난 2월 처음 출시한 ‘신한 하이캐쉬 카드’. /사진=신한카드
◆금융지주계열 카드사, 동남아 공략
해외진출에 가장 활발한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카드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현지 신용카드를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세워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8월 베트남 국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과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베트남중앙은행과도 협력 중이다. BIDV와 사업성과를 낸 후 베트남 전역에 카드결제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카드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KB국민카드는 라오스를 공략하고 있다. KB캐피탈, 현지기업인 코라오그룹과 합작해 ‘KB코라오 리싱’을 지난달 출범시켰다. 할부금융 경쟁력을 지닌 코라오그룹과 라오스시장에서 자동차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1월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영업 개시를 위해 준비 중이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책은행인 만디리은행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을 세운 후 신용카드 매입 프로세싱 기술 수출을 앞두고 있다.
◆기업계 카드사, 계열사 ‘시너지’ 노려
이처럼 국내 카드사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하지만 삼성·현대·롯데 등 기업계 카드사는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의 경우 이미 진출한 은행과 협력할 수 있지만 기업계 카드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해외진출 형태는 신규회사 설립, 합작회사 설립, 현지회사 지분 인수 등의 방식이 있는데 기업계 카드사는 어느 형태로든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 보통의 경우 합작회사 설립 형태를 띠지만 현지당국으로부터 비은행기관이 단독으로 신규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여신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현지 고객에게 신용공여한도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신용평가모델을 세우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은행의 경우 수신업무를 보며 고객의 재산, 소득 등 기본 인적사항만으로 대략적인 신용평가모델을 만들 수 있어 금융지주계열 카드사는 여신사업을 펼치기에 보다 수월하다.
한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즉각적인 사업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장조사는 하겠지만 현재로선 해외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뱅크유럽 사옥. /사진=현대캐피탈
다만 기업계 카드사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계열사와 협력해 중장기적으로 해외진출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멤버스는 지난해 5월 베트남 비엣틴뱅크와 제휴카드 제작 등의 멤버십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인도네시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론칭했다. 롯데 유통계열 매장에서 물품 구매 시 롯데포인트(L.Point)를 적립하고 멤버십 통합 카드를 개발한다는 협약이다.
현대카드는 현재 해외진출 계획이 없지만 현대캐피탈의 자동차할부금융을 우선적으로 앞세운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0월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비유럽연합(EU) 국가 금융사 중 최초로 현지법인 설립 승인을 받고 영업을 개시했다. 현대캐피탈은 연내 인도에 진출한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시장이 블루오션인 건 맞지만 진출여부는 별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카드사의 해외진출 양상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지역에 진출하는 등 모방의 형식을 보이고 있다.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건데 앞으로 해외에서도 국내사간 경쟁이 이뤄질 경우 해외진출의 의미가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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