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을 예고했던 ‘초대어’들이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면서 IPO(기업공개)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장을 앞두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밀감사를 착수해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의 임금체불 문제로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 동서발전 역시 다음달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에서 상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일정을 미뤘다.
이처럼 초대어들이 주춤한 와중에 특색 있는 기업들이 IPO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소셜커머스, 웹툰 등 전통산업에서 벗어난 온라인·모바일 기반 기업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또 해외 유망기업들도 국내증시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제공=티켓몬스터
◆소셜커머스업계, 증시 문 두드리다
국내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티몬)가 코스닥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삼성증권과 대표주관사 계약을 맺고 올해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티몬이 올해 신설된 ‘테슬라 요건’을 활용해 상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들이 원활하게 상장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하지만 주관사 측에 따르면 티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사한 ‘유망기업 상장요건’을 활용해 상장할 계획이다. 현재 구체적인 기업가치와 공모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기업가치는 1조원가량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2010년 티몬은 미국 와튼스쿨·맥킨지앤컴퍼니 출신의 신현성 대표가 대학동기와 카이스트 출신 2명 등과 함께 설립한 국내 최초 소셜커머스업체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티몬은 불과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대기업 자본의 대형마트와 오픈마켓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소자본 창업자와 지역 상권의 새로운 판로를 열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기준 티몬의 매출액은 2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티몬의 상장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미국의 리빙소셜이 티몬을 인수한 후 상장을 검토했지만 리빙소셜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티몬 보유지분을 모두 미국 소셜커머스업체인 그루폰에 매각했다. 이후 2015년 신 대표가 글로벌 투자회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그루폰으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되찾아왔다. 당시 다수의 해외 연기금과 국부투자 기관들도 한국의 모바일커머스시장과 티몬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컨소시엄에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이 이번 상장에 성공하면 경쟁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과 위메프도 상장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국내 소셜커머스업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조원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소셜커머스 3사의 영업손실은 7800억원 수준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규사업 투자를 멈출 수 없는 만큼 자본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쿠팡과 위메프는 아직 상장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탑툰 홈페이지 캡처
◆‘핫’한 웹툰업계, 상장으로 도약할까
최근 ‘웹툰’이 문화콘텐츠시장의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업체의 증시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웹소설 콘텐츠 전문기업인 디앤씨미디어가 키움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코스닥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002년 설립된 디앤씨미디어는 장르소설과 실용도서, 일반소설을 출간하는 종합출판사로 시작해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의 브랜드인 ‘파피루스’로 웹소설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2015년에는 웹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디앤씨미디어는 지난해 188억원, 30억원의 매출액과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9.5%다. 자기자본은 67억원으로 업계에서는 디앤씨미디어의 기업가치가 3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포도트리가 디앤씨미디어의 일정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플랫폼업체 탑코(탑툰)도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탑툰은 국내 웹툰플랫폼 브랜드가치 순위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업체다. 전세계 회원수는 약 1500만명이며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 중 30억원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탑툰은 현재 대만, 일본 등에 진출했으며 앞으로 중국, 미국으로 뻗어나가 2020년까지 30개국 이상에 탑툰 플랫폼을 서비스한다는 목표다. 또 웹툰 IP(지식재산권)를 이용한 콘텐츠사업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아울러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도 2019년까지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레진엔터는 지난해 IMM PE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3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한편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된 웹툰업체는 ‘미스터블루’가 유일하다.
◆해외기업, 한국증시에 ‘주목’
올해 해외기업의 상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증시 상장에 나선 해외기업은 9곳 이상이다. 지난해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7곳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상장을 준비 중인 해외기업의 국가도 일본,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양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인 JTC면세점은 삼성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고 국내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JTC는 한국인 구철모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현재 JTC는 일본 자스닥시장에 상장하고 국내에는 DR(주식예탁증서) 형식으로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기업인 컬러레이는 지난 2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심사를 통과하면 올해 해외기업 상장 1호 기업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중국기업 다련참치, 그린소스인터내셔널, 트리플엑스와 베트남 침구기업 에버피아 등이 상장을 추진 중이다.
다만 최근 중국원양자원이 의견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중국기업을 포함한 해외기업 상장에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회계정책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중국시장도 점차 성숙해지는 중이고 중국 외의 다른 국가 기업도 국내증시 상장을 타진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