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을 쌓으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축적한 경험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연륜이 미워지는 때가 있다. 바로 우리 몸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많이 쓰면 쓸수록 망가지는 게 당연지사지만 나이에 비례하는 통증과 질병을 느낄 때면 그 씁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적인 변화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어차피 마주할 현실이라면 미리 알고 준비를 해야 한다.

◆ 경추척수증, 50~60대에 자주 발생


얼마 전 내원한 60대의 한 남성환자는 다리에 힘이 빠져 자력으로 걷지 못한다며 증상을 호소했다. 옆에서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던 보호자는 아버지에게 뇌졸증이 온 것 같다며 연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필자가 진단한 환자의 병명은 뇌졸증이 아닌 경추척수증이었다.

환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경추척수증은 척수가 지나가는 통로인 척수강의 공간이 좁아지면서 경추부에 있는 척수신경이 압박을 받아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척수가 노화한 목 뼈로부터 압력을 받으면서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것인데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는 2차 질환인 만큼 5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 자주 나타난다.

초기 증상으로는 손과 팔의 근력이 약화되고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이상증상이 있으며 점차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일어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뇌졸증과 전조증상이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갑작스러운 마비증상과 두통, 구토가 있는 뇌졸증과 달리 서서히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작은 충격에도 부상위험 높아

모든 질환이 그러하듯 경수척수증 또한 적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목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팔과 등 쪽에 큰 통증을 느끼게 되고 배뇨와 배변장애, 더 나아가 전신마비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추척수증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서 병원에 내원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 목에 운동보조기를 착용해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거나 진통제를 맞는 등의 보존적인 치료가 존재하지만 의사로서 수술을 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 빠르게 되지 않거나 손놀림이 부자연스럽고 글씨를 쓰는 것이 어려울 때,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벌어지며 잘 펴지지 않을 때, 걸을 때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순간 등이 온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수술은 대개 좁아진 신경관 때문에 압력을 받는 부위를 중심으로 막힌 공간을 열어주거나 목의 척수강을 넓혀 신경을 감압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오랫동안 경추부척수증을 앓으면 근육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관절이 약해지고 굳어져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부상을 당할 수 있어 2차 손상의 위험이 높다. 따라서 수술을 받은 후에는 근력을 강화하는 물리치료와 운동이 병행돼야 하며 수술은 빨리 받는 편이 좋다.

◆ 예방은 목 주변 이완시키는 스트레칭

경추척수증의 주된 원인은 목뼈 부위의 퇴행성 변화가 꼽히지만 젊은 사람이라고 피해갈 수 있는 질환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거나 외상으로 추간판이 심하게 탈출했을 경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어서다. 평소 고개를 숙인 채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거나 책상에 엎드려 잠깐 휴식을 청하는 등의 습관 역시 경추척수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아무도 안심할 수 없다.

경추척수증도 결국은 척추질환 중 하나이므로 척추에 무리를 주면 퇴행성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생활을 하는 중간중간 경추 부분의 자세를 바르게 하고 틈틈이 뻣뻣한 목과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통증과 증상이 없을 때에도 늘 경각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시간에 따른 자연적인 신체변화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놓치지만 않아도 그 시기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의사의 연륜을 믿고 증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