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려운 탓일까. 비교적 성공적인 승계를 이룬 기업이 있는 반면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세 승계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가는 기업도 있다.
/사진제공=코리아나화장품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 코리아나·스킨푸드 등…2세 실적 ‘난항’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견 화장품업체 2세들의 경영능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대기업과 수입브랜드에 밀린 화장품업체들이 2~3세 경영을 통해 재기에 나섰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코리아나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의 장남인 유학수 사장은 2009년 단일 대표로 취임한 뒤 코리아나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젊은 코리아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코리아나 전면 개편에 나섰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
한때 3000억원대였던 코리아나 매출은 유 사장이 취임한 2009년 1115억원으로 떨어진 뒤 1000억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역시 1240억원으로 전년대비 9.2% 줄었고 영업이익 또한 40억929만원으로 전년보다 37.5% 감소했다.
글로벌 ODM사업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듯했지만 신규 거래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출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 사장은 지난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집중했다. 하반기엔 프리미엄 스킨케어브랜드 ‘프리엔제’를 론칭하면서 공격적 행보를 펼쳤으나 역시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반한 기류가 확산돼 중국사업마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최근엔 코리아나가 지난 2월 중국으로 내보낸 20톤가량의 화장품이 상표 기준 미달로 반송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세 경영인은 전문경영인에 비해 위기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면서 “실제 유 사장은 취임 전까지 전문경영인과 공동대표를 맡으며 경영을 배우다 단독 대표로 나선 케이스인데 취임 당시에도 유 사장의 ‘홀로서기’가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중견화장품기업 2세인 조윤호 스킨푸드 사장도 고초를 겪고 있다. 조 사장은 2000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피어리스의 창업주 조중민 전 회장의 아들이다. 2004년 12월 ‘몸에 좋은 음식은 피부에도 좋다’는 개념을 앞세운 스킨푸드를 시장에 내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킨푸드는 한때 국내 422개, 국외 11개국에 200여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대형브랜드로 성장했으나, 최근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스킨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1690억원으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52억원, 71억원이다. 스킨푸드는 2014년 영업손실 52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2015년에는 그 규모가 129억원으로 늘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조 사장의 노세일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본다. 조 사장은 스킨푸드를 창립하며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으로 365일 노세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할인행사를 열지 않는 정책을 고수했다. 업계 관행과 정면승부를 벌였지만 오히려 충성 소비자층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조 사장이 고집해 온 해외법인도 실적이 신통치 않다. 중국, 미국 등 해외 법인은 자본잠식을 이어가며 아직까지 현지시장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 지난해 해외 2개 법인에서 낸 순손실만 63억원에 달한다.
잇츠스킨을 설립한 임병철 한불화장품 회장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고 임광정 한국화장품 회장의 삼남인 그는 잇츠스킨의 대표제품인 달팽이 크림을 성공시키며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3년 524억원이던 매출은 달팽이 크림의 히트로 2014년 2419억원을 기록하며 4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높은 중국 의존도와 한 제품군에 집중된 매출구조 탓에 지난해말부터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잇츠스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3.6% 줄어든 2675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사진제공=스킨푸드
◆ 금수저 vs 책임경영… 각각 우려 목소리
화장품업계는 과감한 투자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긴 안목을 가진 오너십과 책임 경영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전문경영인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평가받고 다시 계약하는 형태라서 미래 투자에 신중할 뿐 아니라 위기 대처능력에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창업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뛰어들면 자기 회사라는 책임의식 덕에 회사의 안정적 성장에 기여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이 단순한 경영 승계를 넘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 2세의 전면적인 세습 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도 “이들 역시 경영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시장경제 아래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금수저도 결국 잘해야 오래 살아남는다는 게 시장 논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부를 물려줘도 그중에 10%만 부를 유지하고 3대에 이르면 그중 1%만 유지한다는 말”이라며 “한때 잘나가던 화장품업체에 2세 리스크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 이 속담이 결코 옛말은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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