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람의 안락사와 존엄사(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안락사는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다했음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인위적으로 생명을 멈추게 하는 약물을 투여해 편안하게 삶을 마치게 하는 행위다.
존엄사는 조금 다르다. 존엄사는 치료가 아니라 현 상태만 유지시키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존엄사를 ‘소극적 안락사’라고도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락사가 금지됐지만 존엄사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 존엄사의 합법화가 시행되기 전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겠지만 안락사든 존엄사든 사람에게 행하려면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동의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반면 동물에 대한 안락사는 허용된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동물이 안락사로 삶을 마무리한다. 영어로 안락사(Euthanasia)의 Eu는 ‘좋은’이라는 의미다. 즉 안락사는 그 어원 자체가 ‘좋은 죽음’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동물 안락사의 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마취로 동물의 의식을 완전히 소실시킨다. 통증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 상태에서 심장이나 호흡을 멈추게 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안락사 약물이 혈액으로 들어가면 빠르면 수초 내에, 길어도 1분 내에 동물은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의 안락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동물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저를 이제 보내주세요”라고 주인에게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동물의 안락사는 전적으로 주인이 결정해야 한다.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보호자는 수의사가 안락사 이야기를 꺼낼 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게 고민해야 한다. 수의사가 안락사를 권할 때는 더 이상 어떤 치료를 해도 회복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도 동물이 통증을 느끼는 단계다.
이 단계가 되면 주인은 계속해서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이 진정 동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욕심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수의사 입장에서도 안락사라는 단어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동물을 살리기 위해 수의사가 됐는데 자신의 손으로 동물을 보내야 해서다. 대만의 한 동물보호소 수의사는 안락사 스트레스로 자살한 일도 있다.
이처럼 동물의 안락사는 주인과 수의사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동물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중요한 고민을 통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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