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아침에 주력 거래처를 잃은 셈이에요. 수익률이 떨어져 우유대리점을 그만둬야 할 기로에 놓였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메가마트가 부산 향토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납품을 해왔는데…. 갑자기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안 받는다는 것이 지역 상인 죽이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나아가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상생에도 어긋나는 결정 아닙니까.” (유제품 대리점주 A씨)

#. “갑 중의 갑입니다. 갑작스럽게 물류시스템을 변경해 본인들 요구대로 맞추지 않으면 물건을 넣지 말라고 하니 생계가 막막한 상황입니다. 마트에 납품하던 배송직원과 마트에서 판촉업무를 보던 직원 2명을 모두 정리해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대기업 횡포인가요? 한숨밖에 안나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같은 처지에 놓인 대리점주들과 모여 시위에 나가고 있습니다.” (유제품 대리점주 B씨)


농심 계열사인 부산·경남지역의 대형마트 ‘메가마트’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메가마트가 돌연 물류화를 추진하면서 일부 유제품 대리점의 납품을 중단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부산 기장군에 13번째 점포를 오픈한 메가마트.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 대리점 마진까지 ‘꿀꺽’… "갑 중의 갑"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가마트는 지난 1일자로 유제품 제조사에서 물류센터를 거쳐 바로 본사로 납품받는 물류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존 대리점과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자체 물류센터를 이용해 유제품을 납품하겠다는 게 메가마트 측 설명이다.

기존에는 제조사가 제품을 대리점으로 보낸 뒤 대리점에서 마트로 납품하는 구조였다. 대리점의 역할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메가마트에 유제품을 납품해 온 9개 제조업체 중 7개업체는 물류센터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서울우유와 부산우유는 대리점주들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제품 공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10~20년 동안 메가마트에 납품해 온 유제품 대리점주들은 하루아침에 주력 거래처를 잃었다. 대리점주 C씨는 “일주일 전에 통보를 받고 5월1일자로 계약이 해지됐다”며 “협의가 원만하게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지역 소상공인을 하루아침에 내치는 처사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무리하게 추진된 물류화 전환은 갖가지 후폭풍을 낳았다. 우선 대리점주 대부분은 메가마트 납품이 끊기면서 배송·판촉담당 직원들을 해고했거나 해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메가마트는 물류시스템을 변경해 대리점 유통마진을 대폭 줄였음에도 제품 판매가를 바로 낮추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대리점주 D씨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건 200만원 남짓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마진을 줄이고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은 결국 이번 시스템 도입이 사측 배불리기 라는 방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메가마트의 반품 정책도 ‘갑질’ 중 하나로 지적됐다. H대형마트의 경우 주문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추후 대리점이 사측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형태지만 메가마트는 주문건이 아닌 판매건에 대해서만 돈을 지급하는 정책을 썼다는 것. 재고 파악을 위해서라도 마트 상주 인력을 배치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손실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또 다른 대리점주 E씨는 “메가마트는 재고 처리도 하지 않는다”면서 “대리점이 얼마의 제품을 넣든 카운터에서 찍힌 판매분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책임을 안진다”고 말했다. 유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담을 모두 대리점주에게 전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마트에 상주하는 판촉사원도 말이 판촉담당이지 제품 진열, 재고 정리 등 마트에서 시키는 일을 다 하는 마트 직원이나 다름없었다”면서 “대리점에서 고용하고 임금도 대리점이 지급하는데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대리점주들은 하나같이 이번 메가마트의 물류화 추진이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역행하는 갑질 횡포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리점주는 “우리가 납품을 하든 직접 본사에서 납품을 받든 인건비가 들어가고 재고를 부담하다 보면 사실상 마진이 별로 안된다”면서 “상생까지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의 마진마저 자신이 챙기려는 대기업 횡포에 혀가 내둘러진다”고 비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메가마트를 시작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유제품 물류화 전환을 시도할까 우려된다”며 “앞으로 대형마트의 물류시스템화가 추진될 경우 전국의 유제품 대리점주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효율성 개선 차원…가격 점차 낮출 것"

논란에 대해 메가마트 측은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물류화를 추진했다”면서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대리점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현장을 보완하는 시기라 유제품 가격을 조정하지 못했는데 지난 8일부로 6~10% 가격을 인하했다”고 말했다.

메가마트는 농심그룹이 운영하는 지역형 할인점이다. 금융계열사인 농심캐피탈의 최대주주이자 농심의 자회사다.  국내 할인점업계에서 꽤 전통있는 업체로 1995년 부산 동래 1호점이 문을 연 후 남천점, 언양점, 울산점 등 대형마트 14곳과 강원도 춘천의 한 백화점까지 15곳의 영업 지점을 보유했다. 신선식품에 대한 전문성이 메가마트가 추구하는 타 마트와의 차별성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