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신용카드사 연체잔액이 1조원에 육박하고 연체율도 오른 것으로 나타나자 카드대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는 카드대출을 크게 늘렸고 대출자들은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연체액과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치상 연체액은 늘었지만 자산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의 경우 전년도 말 대비 1분기 연체율이 늘어나기 때문인 데다 1년 전 수치와 비교하면 연체율은 떨어지는 추세여서다. 금융당국은 일단 카드사 자산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취약차주가 증가추세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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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1분기 연체잔액 ‘1조원’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와 업계 2위를 다투는 삼성카드의 연체잔액(1개월 이상 연체)은 지난 1분기 기준 총 9552억원이다. 지난해 말(9127억원)에 비해 4.7%(425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체율도 올랐다. 같은 기간 5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0.29%포인트 상승한 1.41%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 보면 우리카드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우리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2%였지만 올 1분기 1.41%로 0.29%포인트 올랐다. 연체액도 810억원에서 1030억원으로 27.2%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 연체율은 1.67%로 0.13%포인트 올랐으며 KB국민카드는 0.03%포인트 오른 1.27%로 나타났다. 연체액은 각각 6.7%(66억원) 오른 1050억원, 5.1%(93억원) 증가한 1928억원이었다. 삼성카드의 경우 연체율은 1.17%로 0.08%포인트 올랐으며 연체액은 2257억원으로 3.2%(71억원) 증가했다. 반면 신한카드 연체율은 1.40%로 0.03%포인트 떨어졌고 연체액도 3287억원으로 0.8%(25억원) 줄었다.


이처럼 주요 카드사의 연체액이 1조원에 육박하고 연체율도 오른 건 지난해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사가 카드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분기 65조5600억원이었던 이들 5개사 채권잔액은 올해 1분기 71조6974조원으로 9.4% 늘었다.

◆자산건전성은 ‘개선 중’… 취약차주 증감이 관건

이처럼 연체액·연체율은 상승했지만 자산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예단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많다. 연말을 앞두고 연체채권을 상각하는 등의 영향으로 전년도 말 대비 1분기 연체율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수치상 착시일 뿐 건전성은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연체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우리카드(1.12→1.41%)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 우리금융지주의 실적보고서를 보면 우리카드의 지난해 1분기 연체율은 1.60%다. 이때와 비교하면 올 1분기(1.41%) 연체율은 0.1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말 연체율(1.21%)도 2015년 말(1.54%)과 비교하면 0.33%포인트 낮아졌다. 2014년 말 연체율은 1.65%였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해 말(1.24%) 연체율은 2015년 말(1.59%)보다 0.35%포인트 떨어졌으며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각각 1.30%에서 1.09%로, 1.44%에서 1.43%로 낮아졌다. 자산건전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상황이 나빠질 우려도 있다. 시중금리 인상기에 취약차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올 초 발행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15.8%에 달한다. 은행권(3.7%)은 물론 비은행권 전체 평균(10.0%)보다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취약차주의 비은행의 신용대출 이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카드사의 취약차주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론 규모가 증가하면서 올 1분기 연체율이 올랐지만 예년 수준의 증가율로 분석된다”며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정도의 증가율로 보기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카드사 건전성 관리에 신경 쓰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