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지난 3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스1
기간제 교사는 교육 공무원이 아닌가. 정식 임용교사와 동일하게 수학여행 학생인솔을 맡고 그 과정에서 사망했음에도 순직 인정을 하지 않는 정부는, 이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왔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는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스승의 날인 오늘(15일)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인정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사혁신처는 참사 당시 숨진 기간제교사 김초원씨와 이지혜씨를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며 순직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이같은 정부의 행태 때문에, 그동안 정식 임용 교사와 동일한 교과수업, 업무행위를 맡는 기간제 교사들이 처우에서는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교 현장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중요한 화두인 셈이다.
◆ 교사 10명 중 1명은 기간제
2016년 교육기본 통계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교원들 가운데 기간제 교사는 4만6666명으로, 전체 교원 49만1152명의 10%에 육박한다. 특히 학생수가 많고 연수, 교육, 휴직 등 정교사 결원이 많이 생기는 도시 지역의 경우 이 비율이 더욱 올라간다.
2015년 기준 서울 강남구의 경우 기간제 교사 비율이 16.8%, 서초구 15.5%, 송파구 12.4% 등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심지어 이들 지역 일부 사립학교 가운데는 기간제 교사 비율이 30%를 넘는 곳도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의 상시화, 정규화가 교육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 일 시키기 쉬운 비정규직, 담임까지 맡아
기간제 교사 문제의 심각성은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을 받는 일부 생산직 업종의 ‘불법파견’ 문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기간제 교사들은 대개 젊고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정교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수업 외 업무, 담임교사 등을 떠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초중고 교사 현황 자료를 보면 기간제 교사의 53%가 담임을 맡고 있었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기간제 중 담임 비율이 66.5%로, 정교사 중 담임 비율 54.9%를 넘어섰다. 기간제 교원 제도 취지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높은 비율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수학여행 동행하고 보험도 못 든 기간제 교사
그럼에도 기간제 교사들은 정교사와 같은 수준의 처우를 누리지 못한다. 교육부는 ‘직무전념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고 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 강도와 양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참사 당시 희생된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수학여행에 동행해 정교사와 똑같이 학생인솔을 하면서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행자보험조차 들지 못했다.
◆ ‘비정규직 제로’ 시대, 실현될까
문 대통령은 앞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공언하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역시 약속했다. 이번에는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문제를 직접 지시함으로써, 취임 초반부터 비정규직 등 일자리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가 노동 관련 정책에서 이전 정부와 얼마나 큰 변화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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