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은 서란 공예가의 목각인형. /사진제공=그림길
인형 속의 인형인 러시아 전통 목각인형 마트료시카가 한국인의 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더구나 한복을 입은 마트료시카로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일조해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목각인형 공예가인 서란씨. 10여년 간 목각인형 공방 '그림길'을 운영해온 그는 목각인형 본고장의 전통을 고수한 마트료시카로 주목을 받았다. 또 마트료시카뿐 아니라 호두까기 인형도 전통의 방식으로 거뜬하게 제작한다.
서씨에 따르면 다산과 부를 상징하는 마트료시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긴 혹한기를 이겨내는 러시아 농민의 생계 수단이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물푸레나무를 10여 차례 칠과 건조를 반복하는 고된 작업을 거친다. 따라서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대신 내구성이 뛰어나 오랫 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서씨는 "이러한 마트료시카가 최근 획일적인 디자인으로 대량 제작돼 러시아 현지에서도 본래의 가치를 상실한 면이 있다"면서 "음악과 함께 사랑을 받아온 호두까기인형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목각인형 '광주아리랑'. /사진제공=그림길
서씨가 주목받은 것은 이때문만이 아니다. 전통의 방식을 이용해 현지화 전략을 추구했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한복을 입은 마트료시카다.서씨는 2014년 일본 요코하마 역사박물관 전시회에서 한복을 입은 마트료시카로 한국문화를 소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2015년에는 KBS 광복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까레이스키의 광주아리랑> 편에서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마트료시카로 표현했다.
현지화한 디자인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방한 외국인들이 전통 디자인을 적용한 그의 목각인형을 찾는 것도 그때문이다.
또 서씨는 다문화 교육용 교구, 캐리커처, 영화 홍보용 캐릭터, 돌잔치나 프로포즈 등 이벤트 아이템,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목각인형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서씨는 "러시아의 전통방식이라는 정성에 한국의 디자인 혼을 불어넣은 것이 통한 것 같다"면서 "본고장을 뛰어넘는 마트료시카로 국내외서 목각인형의 새 장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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