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개인대 개인)대출 투자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달 29일부터 투자자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P2P 가이드라인’이 본격 시행되면서다. 가이드라인은 개인 투자한도를 연간 한 업체당 1000만원, 대출상품당 5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P2P업체는 앞으로 투자받은 투자예치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에 맡겨야 한다. 그간 P2P업체는 투자자금을 자사 가상계좌에 넣어두는 등 투자예치금을 직접 관리해왔다. P2P업체 영업환경 역시 이전보다 한층 까다로워졌다.


◆‘급성장’ P2P시장의 명과 암

P2P대출시장은 저금리기조가 이어진 지난해 급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P2P금융협회와 크라우드연구소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373억원이던 P2P시장 누적대출액이 지난해 말 6289억원으로 1586%(591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체 수도 27개에서 125개로 980% 늘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P2P업체 수는 148개(P2P협회 회원사 45개)이며 누적대출액은 1조1298억원이다. P2P시장은 올해 말 1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P2P시장에 돈이 몰린 것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P2P대출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4월 말 기준 연 13.8%다. 세금(27.5%)과 P2P업체 중개수수료를 뺀다고 해도 8%가량의 수익을 챙긴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P2P대출상품 투자금은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아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감독당국 규제가 다른 금융업보다 약해 P2P업체가 투자금을 부정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국의 최대 P2P업체인 렌딩클럽은 지난해 5월 2200만달러(약 247억원)규모의 부정 대출상품을 판매했다. 중국에서도 P2P업체가 투자금을 들고 잠적하는 사기가 잇따라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머니옥션이 전산서버 문제로 40억원을 지연 지급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P2P투자자 보호 필요성에 대한 신호탄이 됐다. 지난 1월엔 골든피플이 허위 대출상품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여 이 회사 대표가 구속됐다. 투자자들은 5억원가량의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P2P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은?


가파른 성장을 보이는 P2P시장에서 몇몇 불법업체의 등장으로 투자자 보호 대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P2P감독대응반을 신설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우선 고객이 헷갈리지 않도록 용어부터 변경했다. P2P금융을 ‘P2P대출’로, P2P업체를 ‘P2P대출정보중개업자’로 명명한 것.

당국이 정한 주요 규제 항목은 ▲투자자의 투자한도 제한 ▲P2P업체의 투자금 별도관리 등 크게 2가지다. 개인투자자는 한 업체에 연간 1000만원, 대출상품별 500만원까지만 투자가 가능하다. 단,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거나 사업·근로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업체당 4000만원, 상품당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법인투자자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는 투자한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P2P업체는 투자자의 투자예치금을 은행, 상호저축은행, 신탁업자 등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에 맡겨야 한다. 보통 투자자는 P2P대출 투자 전 해당 업체에 가상계좌를 만들어 투자금을 예치한다. 이후 투자상품이 출시되면 가상계좌에서 바로 투자하는 식이다. 문제는 P2P업체가 이 예치금을 회사 자산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상품에 투자한 돈은 원금보장이 안되지만 예치금은 고객 돈인 만큼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P2P업체가 이를 부정사용하다 부실이 일어날 경우 예치금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공신력 있는 제3의 금융기관이 투자자의 예치금을 관리하도록 한 배경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에 P2P업체들이 최근 제3자 예치금관리 시스템 도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P2P협회 회장사인 미드레이트는 NH농협은행과 협업해 지난달 관련 시스템 도입을 완료하고 서비스 시행에 들어갔다. 어니스트펀드와 펀딩플랫폼은 투자예치금을 신한은행이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명한 P2P투자, 이렇게 시작하라

현재 감독당국은 P2P업계에 대한 감독권한이 없다. 관련 법령이 따로 없어서다. 다만 사업자가 P2P대출정보중개업을 하기 위해선 대부업체를 세워야 하는데 지난 2월 입법예고된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P2P연계 대부업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금융위 등록업자는 감독대상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다. P2P시장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법률이 없지만 가이드라인 미준수 업체를 감독당국이 시정명령 등으로 감독상 조치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P2P대출상품에 투자하기 전 가이드라인을 잘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P2P업체가 우후죽순 늘고 있는 가운데 건전한 업체를 가릴 수 있어야 보다 안전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업체가 투자자 투자한도를 초과해 대출상품을 취급하지 않는지 ▲제3자 투자예치금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P2P업체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시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은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과 부실률(3개월 이상 연체) 등 투자에 따른 위험도 ▲차입자에 관한 정보(대출목적, 사업내용, 신용도, 상환계획, 담보가치, 추심절차 등) ▲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포함한 예상수익률 산정방식 ▲계약 해지 시 조기상환조건 등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시해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명시했다.

차미나 크라우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P2P업체의 투자보호장치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투자법”이라며 “투자보호장치를 둔 업체의 경우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보호해준다. 따라서 투자금보호장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법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