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가 문화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과거 부가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워 고객유치에 나섰는데 최근엔 문화마케팅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 이는 포인트적립, 할인,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이 점점 평준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부가서비스혜택보다 이미지마케팅이 더 효과적이란 계산이다. 실질적인 수익창출도 가능하다. 마니아층이 확대되는 등 문화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여서 중·장기적으로 VIP 충성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사진제공=현대카드
◆콘서트·도서관… 마케팅의 진화
문화마케팅에 적극적인 곳은 현대카드다.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07년 1월 팝페라그룹 일 디보를 시작으로 비욘세, 휘트니 휴스턴, 레이디 가가, 폴 매카트니, 그린데이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현대카드 초청으로 잇따라 내한했다. 지난 4월엔 22번째 슈퍼콘서트를 성황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또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를 언더스테이지 무대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현대카드 큐레이티드’, 음악·미술·건축·영화·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문화아이콘을 찾아 소개하는 ‘컬처프로젝트’ 등도 현대카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라이브러리’도 현대카드가 자랑하는 문화마케팅 중 하나다. 현대카드는 지난 4월 ‘쿠킹 라이브러리’를 개장해 미식가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2013년 2월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2014년 5월 ‘트래블 라이브러리’, 2015년 5월 ‘뮤직 라이브러리’에 이은 4번째 도서관이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연평균 58만명이 방문해 소비 문화향유층들의 명소로 떠올랐다.
비씨카드도 매달 ‘빨간날엔 BC’ 이벤트를 펼친다. 뮤지컬·콘서트 등의 공연을 비씨카드로 결제하면 티켓등급과 동일등급의 티켓 1장을 추가로 제공하는 ‘티켓 1+1’ 이벤트와 특정 티켓을 1만원에 판매하는 ‘1만원의 행복’을 진행한다. 매달 11일 오전 11시 비씨카드라운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롯데카드는 프로젝트 ‘무브’(MOOV)를 통해 문화고객과 소통한다. 지난해 모던아트 전시회와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파리국립오페라의 공연을 상영한 데 이어 지난 4월엔 프랑스 만찬을 즐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크릿 디너파티 ‘디네앙블랑’을 개최했다. 오는 9월엔 가수 서태지 데뷔 25주년을 기념한 단독 공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 신한카드는 인디밴드 육성·발굴 프로그램인 ‘그레이트 루키 프로젝트’와 유명연사를 초청하는 지식공유 토크프로그램 ‘그레이트 토크’를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 무브 페스티벌 디네앙블랑 2017. /사진제공=롯데카드
◆문화수요 증가, 타깃은 ‘고소득층’
이처럼 카드사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문화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는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카드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각종 부가서비스가 평준화돼 가격경쟁력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초창기 카드시장에서는 카드발급이 일종의 지위상승을 뜻했지만 지금은 그런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그런데 문화마케팅을 활용하면 카드에 특정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카드회원이라면 해당 카드를 소지하는 것만으로 차별화된 문화 수요층이라는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다”고 말했다.
‘A카드=B문화’ 혹은 ‘A카드=변화’ 등의 이미지를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 문화향유층 가운데 고소득층이 많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자일수록 문화에 관심이 높은데 이들은 당연히 문화마케팅을 강화한 카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카드사는 고소득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주거래카드로 사용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는 셈이다.
고소득자일수록 문화소비가 높다는 것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6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가구 10곳 중 9곳(89.5%)이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했다. 반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참여한 비율은 30.9%에 불과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할인, 포인트적립, 무이자할부 등인데 이러한 서비스가 평준화되다 보니 이젠 기본 옵션처럼 됐다”며 “앞으로는 다른 카드사 상품보다 더 우대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 문화마케팅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문화소비가 증가 추세인 만큼 문화이벤트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가 고객 신용카드 이용행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도권 소재 공연시설에서 결제한 건당 사용금액이 5만674원으로 2014년(4만8209원)보다 5% 이상 증가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경기가 불황인데도 공연문화 결제가 늘어난 건 그만큼 문화소비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뜻”이라며 “마케팅 비용으로만 보면 당장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투자가 될 수 있다. 소비패턴상 문화향유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카드사의 문화마케팅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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