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7월14일.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주도해 설립한 공영홈쇼핑이 ‘아임쇼핑’이란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임쇼핑은 중소기업과 국내 농축산물만 취급하는 '착한 홈쇼핑'을 표방했다. 개국 첫 방송에서 중소기업 제품인 대동F&D의 만능조리기구 ‘드럼쿡’ 초도물량 100개가 완판되면서 한시간도 안돼 248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 하지만 이후 악재가 잇따랐다. 공익성 강화를 위해 낮은 수수료를 표방했지만 자본잠식 우려를 키웠고 판매 제품도 기존 홈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엔 성분 함량을 속인 한 업체의 가짜 건강음료 제품을 판매했다 보상하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 관피아 논란, 임원 성추행 의혹, 낙하산 인사 등 아임쇼핑은 잇단 부정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엔 아임쇼핑이 위조품을 사은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의 제품은 아임쇼핑에서 지난 6월 14일 오전 8시15분부터 방송된 ‘글램폭스 립글로우+사은품 파우치’. 아임쇼핑은 이날 립글로우 4종을 판매하면서 ‘프리즘 파우치’라는 이름의 파우치를 사은품으로 제공했다.


/사진제공=공영홈쇼핑 방송 캡쳐

◆ ‘강남엄마’ 잇백… 바오바오 위조품 사은품으로
문제는 사은품 파우치가 일본 디자이너브랜드 이세이미야케의 바오바오 파우치인 프리즘 파우치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 디자인이 비슷한 것은 물론 상품명까지 동일해 업계에선 해당 제품을 전형적인 바오바오 ‘짝퉁’ 제품으로 봤다.

특히 방송에서 자막으로 노출된 ▲인기 디자인 ▲프리즘 파우치 등이 바오바오 스타일제품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리며 판매를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김모씨는 “공영홈쇼핑에서 이세이미야케 위조상품을 사은품으로 주다니 너무 놀랐다”며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쇼호스트가 구두로 너무 유명한 디자인이라고 소개하며 판매를 부추겼다는 점과 상품평 일부에서 딸에게 바오바오 파우치를 선물한다고 하는 등 공영홈쇼핑에서 위조품으로 혼란을 유발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잘 모르는 남자가 봐도 바오바오 짝퉁 제품인 걸 알 정도였다”면서 “홈쇼핑 MD, 쇼호스트, PD 모두 지적재산권 개념도 없는지, 공영홈쇼핑을 내세우면서 나라 망신을 시켰다”고 비판했다.

현재는 해당 제품의 판매가 중단된 상황. 아임쇼핑 측은 “매진으로 인한 품절”이라고 설명했지만 방송 이후인 16일 오전까지도 판매된 제품이 오후에 갑작스럽게 판매 중지된 것에 대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엿보이자 급하게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바오바오백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공식 수입하는 브랜드다. 사각형 혹은 삼각형 모양의 유닛들이 가방 전체에 배열된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2011년 출시 이후 강남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매년 두배 이상씩 판매가 늘었다. 그만큼 바오바오백을 모방한 상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고 삼성물산 측은 설명한다.

이에 아임쇼핑 측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법적인 사항에 대해 모든 검증절차를 진행했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입증이나 확인작업 등 검증기준에 대해 좀 더 고민했어야 하는 책임이 있지만 최대한 많은 협력사에게 기회를 주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시청자가 보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도 공영홈쇼핑 입장에서는 협력업체의 기준이 충족되는데 방송 진행을 거절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제품 협력사인 온워드앤파트너스 측은 “해당 제품에 대해 특허등록, 저작권 등록, 디자인 등록 등을 모두 확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사 대표는 “중국에서 정식통관을 거쳐 수입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며 “해당업체 제품(바오바오 파우치)을 이용해 방송을 하지도 않았고 방송 전 법무법인을 통해 공증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측은 프리즘 파우치라는 표현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명확하게 바오바오백이라고 표현하지 않으면 제재가 쉽지 않다”면서도 “프리즘 파우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바오바오의 대표 아이템을 의미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즘 파우치 정품.

◆ 이름만 공영홈쇼핑… 불안한 검증시스템 
업계는 공영홈쇼핑의 안일한 검증 시스템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일부 홈쇼핑이 스타일제품을 “많이 보셨던 느낌, 유명한 디자인 아시죠?”라며 판매를 부추기는 데 이용하기도 하지만 최근엔 방송 심의가 강해져 MD가 상품을 가져올 때도 비슷한 디자인이나 스타일제품 등을 피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반면 공영홈쇼핑의 경우 일반홈쇼핑보다 자체 심의 기준이 훨씬 낮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동일한 이름을 방송에서 사용한 것은 대놓고 그 제품을 따라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 위험 소지가 크다”며 “보통 업계에선 샤랄라 파우치백이라고 이름을 바꾸거나 아예 다른 브랜드 이름을 넣는 등 변화를 주는데 그런 과정이 없다는 것은 아임쇼핑의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진 홈쇼핑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자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홈쇼핑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명색이 공영홈쇼핑이라는 곳에서 심도 있는 검토 없이 판매 방송을 허가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문제의 제품이 바오바오백보다 유명한 루이비통이나 프라다 등 명품브랜드의 스타일제품이었다 하더라도 아임쇼핑은 협력업체의 검증 절차만 있다면 방송을 할 수 있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개국 초기부터 말이 많았던 아임쇼핑. 협력업체를 위해 만들어진 ‘착한 홈쇼핑’이 결국 허술한 운영과 부정적인 이슈들로 설립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게 불안한 사업구조가 계속된다면 몇년 안에 과거 홈쇼핑처럼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