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소공동 시대'를 마감하고 이달 중순부터 '잠실 시대'를 연다. 서울 도심 소공동에서 국내 최대 유통기업을 일궈낸 신격호 명예회장의 40년 역사를 밑거름 삼아 새 심장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뉴롯데’의 닻을 올린다. 질적 성장과 고객 가치에 초점을 맞춘 신 회장의 ‘뉴롯데’가 본격화되면서 지주회사 전환, 순환 출자고리 해소 등 쇄신작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그룹

◆월드타워에 둥지 트는 '뉴롯데'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달 중순쯤 롯데월드타워에 새 둥지를 튼다. 지난 4월 공식 오픈한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층(123층∙555m)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신 회장 집무실이 마련된 18층은 롯데월드타워의 프라임오피스(14~38층) 공간이다. 이곳에서 신 회장은 그룹 전반의 업무를 볼 계획이다. 당초 그룹 내부에서 신 회장 집무실을 꼭대기층인 프라이빗 오피스(108~114층)에 두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임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집무실과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 및 유통∙식품∙화학∙호텔 및 서비스 4개 BU(Business Unit) 조직 200여명도 월드타워에 둥지를 튼다. 경영혁신실 핵심조직인 가치경영팀과 HR혁신팀은 지난달 30일 타워로 들어왔다. BU조직은 17층에 입주하고 경영혁신실은 17층과 18층, 20층에 나눠 자리한다.

롯데 핵심계열사들도 입주를 완료했다. 타워를 총괄하는 롯데물산은 19층에, 롯데의 새로운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14~16층에 입주했다.

다만 사옥이 있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렌탈, 롯데자산개발, 롯데카드, 롯데하이마트, 롯데칠성음료 등은 타워로 이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 계열사의 두뇌 역할을 하는 BU가 타워에 집결하고 그룹 컨트롤타워가 신 회장 집무실 주변에 들어오면서 ‘신동빈 체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특히 오는 10월에는 롯데지주가 월드타워에 자리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0월 출범할 롯데지주를 제외하고 롯데월드타워로의 입주가 이달 안에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열사별 이전 효율을 따져 중장기적으로 추가 입주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추가적인 계열사 이동은 미정”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을 오픈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1만7334㎡)은 소공동 본점(1만6327㎡)을 제치고 국내에서 영업 면적이 가장 넓은 매장이 됐다. 그룹 수뇌부뿐 아니라 영업부문도 잠실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 거처를 둔 신격호 명예회장은 법무법인 선의 한정후견인 확정으로 월드타워 입주를 조율 중이다.

앞서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부터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등 롯데 주요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잇따라 물러났다. 롯데알미늄 이사직마저 다음달 임기가 만료돼 1948년 롯데를 창립한 지 70년 만에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복귀 시도는 무산됐다. 지난달 24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열린 형제간 네번째 '표 대결'도 신 회장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신 전 부회장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은 채 입지가 약해졌다. 주주들이 신 회장을 신임하고 있다는 점만 재확인한 셈이다.

이로써 롯데그룹에서 '신동빈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50년간 이어졌던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신동빈 시대가 잠실에서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50년 뉴롯데’ 큰 그림 그린다

재계의 눈은 이제 과거와 다른 신동빈표 ‘뉴롯데’의 큰 그림에 쏠린다. 신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으로 변화를 선도하며 50년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모 가댓 구글X 신사업개발 총괄책임자와 4차 산업혁명을 비롯, 글로벌 산업트렌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라는 신 회장의 주문에 롯데 주요 계열사들은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 확충에 나섰다. 빅데이터(백화점), 온라인서비스·마케팅·웹기획(마트), 온라인MD·마케팅·디자인(하이마트), 온라인마케팅(슈퍼), 옴니채널(코리아세븐) 등 유통BU 내 각 계열사가 전방위적으로 관련 인재를 영입 중이다.

다음달 말에는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 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투자회사를 합병한 롯데지주사가 오는 10월 출범하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호텔롯데-롯데지주-계열사의 형태로 간결해진다.

롯데 측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롯데지주사 상장 후 경영혁신실과 BU조직을 롯데지주로 이관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지주(경영혁신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 ▲BU조직 등 3개 조직이 각각 중장기적 계획, 동반성장, 계열사 정책 수립 등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롯데지주가 설립되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현물출자와 신주인수 등을 거쳐 급등하게 된다. 그룹 장악력을 강화하며 잠실에서 새 역사를 써나갈 신 회장이 올 하반기 롯데의 존재감을 어떻게 드러낼지 주목된다.

☞프로필
▲1955년생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경제학부 학사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MBA ▲일본 롯데 이사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닷컴 대표이사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 ▲롯데그룹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