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6·19 부동산대책 시행 후 시장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미리 담보대출을 받아 분양에 나선 수요자가 크게 늘었고 하반기 주택 구입이나 전월세 거래를 계획한 사람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더 큰 문제는 오는 8월 도입될 신 가계부채 대책이다. 부동산대출에 가계대출까지 조이면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는 물론 세입자의 이자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머니S>는 6·19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달라진 부동산·금융환경을 짚어보고 하반기 대출·분양전략을 알아봤다. 또 금융전문가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가계부채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조명해봤다.<편집자주>

지난 3일 문재인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가 시작됐다. 청약 경쟁률과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의 돈줄을 조여 투기세력을 막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춰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가계부채 줄이기 대안이 될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대출문턱이 낮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요 억제… 약효는?

6·19 부동산대책의 한 축인 대출규제는 청약조정지역 40곳에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60%, 60→50%로 10%포인트씩 강화하는 내용이다. 규제대상은 주택 1채 이상을 보유한 차주나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상, 주택가격 5억원 이상으로 제한됐다. 이번 규제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 대출도 해당된다. 대상 지역은 서울 25개구, 경기도 7개시, 부산시 7개구, 세종특별자치시 등이다. 집단대출(잔금대출)도 DTI 50%가 신규 적용된다.

그동안 서울시내 10억원 상당 아파트를 사려면 70%인 7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난 3일부터는 60%인 6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또 DTI규제로 연간원리금 상환액도 연소득의 절반까지만 가능해졌다. 연봉이 8000만원인 직장인이 대출을 받는다면 4800만원이던 연간원리금 상환 한도가 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대책 시행 전 선수요대출은 늘었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LTV·DTI 규제 강화가 예고된 후 4대 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83조2203억원을 기록, 5월 말(380조4322억원)보다 2조7881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11월(3조1633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대출규제가 시작된 3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3일 주택담보대출 신청액은 2099억원으로 지난달 영업일 평균 신청액(3613억원)보다 1514억원(41.9%) 감소했다. 신청 건수도 1915건으로 지난달 영업일 평균(2822건)보다 907건(32.1%) 줄었다.

하지만 선수요대출을 두고 은행권에선 통상적인 증가폭에 그쳤다는 평가다. 주담대 대출잔액이 다소 증가했지만 매월 평균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주택매매가 늘어서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통 주담대는 주택매매 이후 1~2개월 지난 다음에 이뤄진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월 전국 주택매매는 8만5046건으로 전달보다 12.8% 증가했다. 5월에 늘어난 매매량으로 지난달 대출이 증가했다는 해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19대책이 예고됐을 때부터 주담대 문의가 꾸준히 늘었다"면서도 "규제를 앞두고 대출 신청을 서두른 고객도 있지만 월말로 갈수록 주담대 신청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 대출액 증가가 이번 대책의 선수요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출이 까다로워지며 부동산 매매·분양 계약금 등 단기자금 대출 수요자들이 마이너스 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단 점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5월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인하하며 풍선효과에 불을 지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 대출절벽에 놓인 수요자들이 LTV 규제를 받지 않는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또 다른 가계부채 뇌관을 만들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 강화로 인한 대출 감소비중이 전체 신규 주담대의 1~2%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현 시장을 진정시키고자 하는 수요억제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절벽? 8월 대책 나와봐야"

지난달 말까지 부동산시장은 분양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견본주택 9곳에 주말 동안  약 15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6·19대책 발표 직후 서울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38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아파트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지만 강화된 LTV·DTI 규제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6·19대책이 시행된 3일부터 부동산시장은 8월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 전까지 청약조정 비규제지역이 풍선효과를 받거나 당분간 관망세에 돌입해 투자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월까진 눈치보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시장 유동성이 워낙 높아 섣불리 투자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전반적인 가계부채 대응 차원이 아니어서 8월 발표될 종합대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합대책에는 전반적인 상황 진단을 포함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돈을 빌리는 사람의 장래소득을 감안해 대출한도를 두는 신DTI 도입 등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 교수는 "8월 가계부채대책엔 투기과열지역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엔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아 이를 대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대비책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경감정책에 대한 선제조치로 경기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DTI 규제를 강화하면 중·저소득층의 소비가 줄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결국 완급조절을 통한 금리인상으로 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