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지주사가 ‘디지털금융’으로 국내 선진금융기술을 전파한다. 동남아시아는 평균연령이 20~40대일 정도로 인구구성이 젊은 편. 당연히 이들에겐 모바일 이용이 익숙하고 앞으로 이용률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각 금융지주사는 모바일을 활용한 결제와 송금서비스인 디지털금융으로 동남아시장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영업부 모습. /사진제공=신한금융지주

◆신한 ‘써니뱅크’, KB ‘리브 KB캄보디아’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신한은행은 모바일은행인 써니뱅크와 ‘신한 태블릿브랜치’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한국에서 2015년 12월 출시된 써니뱅크는 비대면 실명인증과 단순하고 직관적인 서비스로 큰 인기를 얻으며 현재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 베트남에서도 써니뱅크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지난해 6월 현지에 선보인 이 서비스는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수 4만3000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눈여겨볼 점은 가입고객 90% 이상이 20~30대 젊은층이라는 점이다. 모바일을 즐겨 사용하는 젊은층을 공략한 신한금융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통한 전략은 써니뱅크뿐만이 아니다. 태블릿PC를 활용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상담과 신규가입 등 은행업무 처리를 해주는 ‘태블릿브랜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이 서비스는 입출금통장과 현금카드 신규발급이 외부 현장에서 바로 가능하며 인터넷뱅킹, 신용카드, 대출 등 대부분의 신청 접수도 전자문서 방식으로 처리되는 편리성을 갖췄다.

KB금융, '리브 KB 캄보디아' 출시. /사진제공=KB국민금융지주

KB금융도 디지털금융을 앞세워 동남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초부터 동남아시아 4개국을 순회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장에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전파하기 위해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 KB금융이 내세운 대표적인 디지털뱅킹 프로그램은 캄보디아 현지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 ‘리브 KB 캄보디아‘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캄보디아에서 출시된 리브 KB 캄보디아 앱은 타행송금이 어렵고 모바일 결제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사정을 고려해 개발됐다. 이 서비스는 송금이나 현금인출, 계좌입금, 결제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오프라인채널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젊은층의 모바일 이용이 늘고 있는 동남아 금융시장을 노리기에 안성맞춤인 셈. 

KB금융 관계자는 “이 앱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앱 보안, 메시징 서비스 등을 탑재했고 국내 스타트업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투자비용도 최소화했다”며 “출시 전 이미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글로벌 데모데이에서 시연돼 우수성을 입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 '원큐', NH '올원뱅크'
하나금융지주는 글로벌 모바일뱅크 '원큐(1Q)뱅크'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계열사 KEB하나은행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해외영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모바일 '디지털 라운지'를 해외 영업점에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라운지는 전통적인 대면 방식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이용 고객들이 모바일 폰에서 이 라운지를 통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은 모바일 웹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라운지에서 각 지역의 KEB하나은행 영업점에 전화상담을 신청하거나 바로 전화를 걸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라운지의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전세계 수십억명에 달하는 가입자 중에서 KEB하나은행이 각 국가별 및 지역별로 설정한 타깃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방식”이라며 “가입자의 프로필, 관심주제에 따라 정밀한 대상선정이 가능해 일반적인 광고 매체를 활용하는 것보다 마케팅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출시한 핀테크형 간편송금 '원큐 트랜스퍼'(Transfer)서비스의 송금가능 국가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원큐 트랜스퍼는 수취인의 거래 은행, 계좌번호 등을 몰라도 휴대폰번호만으로 간편 송금이 가능하다. 

해외 현지반응이 워낙 좋아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영국에 이어 서비스 지역을 우즈베키스탄, 네팔, 러시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카자흐스탄, 케냐, 가나까지 확대했다.

'2020 혁신방안'에 맞춰 동남아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도 활발한 디지털뱅킹사업을 벌인다.
계열사 NH농협은행은 국내 모바일뱅크 최초로 베트남 현지에서 ‘전자 결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뱅크인 '올원뱅크' 서비스를 베트남시장에 안착시켜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 국가에 도입하겠다는 복안인 것.

이를 위해 지난달 NH농협은행은 베트남 현지 모바일 결제업체 '비모'(VIMO)와 업무제휴를 맺었다. VIMO는 베트남 하노이에 본사를 둔 모바일 결제업체로 1000만 회원과 탄탄한 오프라인 제휴처를 보유 중이다. NH농협은행은 VIMO와 손잡고 국내에서처럼 모바일을 통해 QR코드 결제가 가능하거나 모바일로 송금·결제·ATM출금 등이 가능한 ‘전자지갑’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장 진출은 주요 1~2개 국가의 성공이 전체시장 성공을 좌우할 수 있어 초기 진출 국가의 성적이 중요한 편”이라며 “이에 국내 금융사들은 동남아시장 진출의 키포인트로 국내에서 안정적인 성공을 거둔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현지 상황에 맞춰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