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 6월 업계 7번째로 올 들어 자기자본 3조원을 넘긴 데 이어 2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희문 사장(54)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8년째 메리츠증권의 지휘봉을 쥐고 있는 최 사장이 앞으로 어떤 경영전략을 취할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그의 거침없는 질주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사진제공=메리츠종금증권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순익… 초대형 IB ‘눈앞’
여의도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CEO(최고경영자)로 꼽히는 최 사장은 미국 앰허스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대학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또 뱅커스트러스트 부사장과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 부사장, 골드만삭스 상무 등을 역임하며 미국의 IB(투자은행)기법을 체득한 뒤 2002년 삼성증권으로 이직해 캐피털마켓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해 2010년 2월 대표이사에 올라 미국식 경영스타일로 두각을 나타냈다.

최 사장의 미국식 경영스타일 중 대표적인 것이 ‘성과주의’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업계 내에서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다. 영업직 사원의 70%가 기본 연봉이 낮은 계약직이다. 하지만 최 사장은 이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이들의 성과가 특정된 고정비를 넘어설 경우 총 수익의 5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카드를 과감하게 꺼낸 것.


그의 이런 공격적인 운용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쟁사 대비 성과보상시스템이 잘 구축됐다는 평가가 많다. 직원들이 수긍하는 수준으로 운용해 실적 기준치에 따르는 압박을 줄이면서 ‘하는 만큼’ 가져가는 시스템이라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인센티브제 운용으로 목표의식이 뚜렷해진 직원들은 대부분 높은 성과를 달성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이 업계 상위권의 영업실적을 유지하는 비결도 최 사장의 공격적인 경영방식에서 비롯됐다. 리테일 중심에서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패턴을 바꾸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부동산금융을 집중 공략해 수익성을 높였다.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은 2013년부터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2015년에는 4051억원의 영업이익과 28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올 2분기에는 981억원으로 분기 순익기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달성하는 등 ‘최희문호’의 성과가 빛을 발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와 트레이딩 등 각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과 지난 4월 자회사로 편입한 메리츠캐피탈의 실적 호조로 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공격영업, 과감한 인재발굴 '강점'
지난 6월 7500억원 규모의 RCPS(상환전환우선주)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해 초대형 IB 진입이 사실상 확정된 과정에서도 최 사장의 차별화된 영업전략은 눈길을 끌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금 라이선스를 가졌지만 2020년 만료 예정이라 그간 경영 불확실성이 리스크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최 사장은 2015년부터 공격적인 자본확충으로 IB 기반을 다지며 우려를 만회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자본확충은 메리츠증권의 미래를 밝히는 버팀목이 될 거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IB부문에서 대형사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했는데 이는 최 사장의 경영수완이 좋음을 방증한다”며 “이번 자본확충 역시 기존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2020년까지 종금 라이선스가 유지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초대형 IB 진입도 그 무렵이 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최 사장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초대형 IB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놀라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기존의 보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무게를 싣는 최 사장의 리더십도 눈길을 끈다. 최 사장은 최근 골드만삭스 출신 30대 파생상품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지난달 17일 이중훈 골드만삭스 홍콩법인 상무를 파생본부장으로 선임한 것. 국내 상위 증권사 10곳 중 30대 임원은 이 본부장과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두사람뿐이다. 양 사장이 대신증권의 최대주인 점을 감안하면 비오너 중에는 이 본부장이 유일하다. 앞서 이경수 메리츠증권 상무도 지난해 1월 당시 43세의 나이로 업계 내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에 선임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강점으로 유연한 조직과 빠른 의사결정구조, 명확한 비전 등에 근거한 최 사장의 공격적인 리더십을 꼽는다. 또 그가 최근 해외부동산 PI(자기자본)투자 및 연계 금융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점도 메리츠증권을 초대형 IB 반열에 올리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필
▲1964년생 ▲엠허스트대학 학사 ▲스탠포드대 MBA ▲2001~2002년 골드만삭스 상무 ▲2002~2009년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전무) ▲2009~2010년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사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