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교훈을 줘야 한다.” 


2015년 11월 2차 면세점 심사장에서 나온 말이다. 롯데를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떨어뜨려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시 정부의 의중에 따라 면세점 선정이 좌우됐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하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손발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감사원의 의뢰로 면세점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비어있는 퍼즐조각을 맞춰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 개입한 경로를 역추적 중이다. 


검찰의 1차 목표는 롯데면세점 탈락에 누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혀내는 것. 2차 목표는 어떤 이유로 갑자기 면세점 신규특허 추가발급 방침이 세워졌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안종범 수첩’과 더불어 이번 면세점 게이트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키맨’은 김낙회 전 관세청장.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관세청장을 지낸 그는 면세점 평가 점수를 조작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3일 김 전 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면세점 심사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10시간 넘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인 24일에는 김 청장의 후임인 천홍욱 전 관세청장을 소환조사했다. 천 전 청장은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과정에서 감사원이 요청했던 업체로부터 받은 사업계획서 등을 파기한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관세청장 2명 외에도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구속 중)도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내부자들의 ‘폭로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면세점 게이트’의 시발점으로 거론되는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말이 없다. 박근혜 정부는 면세점 특허권을 재벌 길들이기 수단으로 썼다. 오락가락한 정책은 시장 질서를 망가뜨렸고 세번의 면세점 대전을 벌인 관세청은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했던 국내 면세시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휘말려 만신창이가 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연장선상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롯데·한화·두산 등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가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 특혜를 받았는지 ▲이 과정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주도했는지 ▲관료들의 추가 비리는 없는지 등 면세점 특허 관련 비리 전반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현 정부는 앞으로 관세청의 면허특허에 비리가 개입할 소지가 없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면세점 특허권을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허가권을 틀어쥐고 있는 한 잡음은 계속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