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사진=이미지투데이
# 기러기아빠 최기원(47)씨는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매월 200만원을 보낸다. 환율에 따라 실제 받는 돈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아침마다 원/달러 환율을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다. 송금할 때 붙는 수수료에는 더 예민해진다. 해외로 보내는 돈에 공돈이 떼이는 것 같아서다. 조금이라도 수수료가 저렴해지면 올라간 환율을 보상받는 기분까지 들 정도다.
최씨처럼 해외에 돈을 보내는 사람들을 겨냥한 '해외송금'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해외송금업에 기존 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 핀테크업체까지 뛰어들었다.  

해외에 돈을 보내거나 받는 고객들은 새로운 시장 플레이어와 함께 다양한 송금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조금이라도 송금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 해외송금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은행, 인터넷은행, 핀테크 업체의 3가지 특색을 담은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해 수수료 절감에 나서보자.

◆은행, 모바일뱅크에 보완성 노하우 확대

해외송금시장은 그동안 은행이 독점해왔다. 은행 계좌에서 국제 은행간 결제시스템망인 스위프트(SWIFT)를 이용해 해외계좌에 송금하는 구조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창구를 이용할 경우 5% 정도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200만원 송금하면서 10만원을 뗀다.


하지만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업체까지 등장하면서 기존 은행도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고 해외 지점망을 활용하는 등 해외송금 신규 서비스 출시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 폰으로 들어온 은행, 모바일뱅크가 주인공이다.

은행 모바일뱅크에선 기존에 지불해야 했던 ▲국내은행 송금수수료(환전수수수료, 전신료 포함) ▲해외 중개은행의 중개수수료 ▲해외 현지은행의 수수료가 대폭 줄어든다.

신한은행 모바일 앱 '써니뱅크'는 지점에서 1만~2만원을 받는 수수료는 전액 면제해주고 전신료로 8000원만 부과된다. KB국민은행 '스타뱅킹' 앱 역시 송금 수수료 전액을 면제하고 전신료도 8000원에서 5000원으로 3000원 할인해준다. KEB하나은행의 해외송금 앱인 '원큐 트랜스퍼(1Q Transfer)'의 수수료는 5000~7000원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비싼 수수료 지불에도 스위프트 이용을 고집하는 데는 높은 안전성과 보안성 때문"이라며 "해외송금시장 장악을 위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바일뱅크에 고객 편의 증진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직원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시연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카카오뱅크, 3개 수수료 면제 혜택
인터넷은행의 송금수수료 혜택은 더 파격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송금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객에게 부과하는 전신료와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를 모두 없앤 것.

카카오뱅크가 씨티그룹과 제휴해 고객이 송금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대신 지불하므로 고객의 수수료 부담은 크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에서 5000달러(한화 약 560만원)를 미국으로 송금할 경우 고객들은 5만~6만원가량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지만 카카오뱅크에선 5000원이면 보낼 수 있다.

거래 편의성도 개선했다. 모바일·비대면 서비스로 휴일과 주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송금서비스가 가능하고 동일인에게 2차례 이상 송금할 경우엔 두번째 송금부턴 별도의 정보 입력 없이 30초 이내로 송금 신청을 할 수 있다.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만 있으면 송금은 더 쉬워진다. 카카오톡에 보낼 금액을 적고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받을 사람을 선택한 뒤 그의 실명을 적어넣고 핀번호 여섯자리 숫자만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받는 사람이 자신의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하루 최대 100만원까지만 송금받을 수 있지만 수수료는 무료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된 이들에게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결제'를 도입하는 등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한 서비스도 실시한다"며 "고객의 실제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제휴와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블록체인 '신기술' 담은 핀테크 업체

핀테크업체 해외송금서비스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핀테크 업체들은 시중은행과 달리 별도의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아 수수료 할인 혜택이 더 크다.

지난 18일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송금 서비스업 참여가 가능해졌고 업체들은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을 활용하거나 현지 프리펀딩 방식 등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프리펀딩은 해외에 있는 중개은행에 미리 자금을 넣어두었다가 국내에서 송금이 요청되면 해당 계좌에 입금시키는 방식이다.

핀테크 업체 코인원은 1%대 수수료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놨다. 고객이 100만원을 송금할 경우 수수료는 1만원으로 기존은행보다 4만~5만원 저렴하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블루팬의 해외송금 서비스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송금방식을 택했다. 국제 결제시스템망은 물론 중개은행을 통하지 않아 수수료는 해외송금 금액의 0.5%만 부과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업체의 송금수수료도 낮다. 핀테크업체 토마토솔루션은 자사 통통 메신저를 이용한 통통트랜스퍼 해외송금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통 트랜스퍼는 국가 제한없이 모든 해외송금액의 0.5% 수수료를 취급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송금 수수료만 놓고 보면 핀테크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에선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의 안전성과 보안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서비스가 속속 생겨나며 기존 금융사를 위협하고 있다"며 "다만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가 원금손실은 물론 자금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돈과의 거래도 이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약 해외송금서비스 업체가 파산하면 소비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