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십년 간 아파트 세상을 살았다. 아파트는 오랜 시간 우리 일상에 자리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했지만 최근 들어 주거트렌드가 변했다. 사람들은 주거공간을 나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휴식과 행복의 공간으로 여기며 단독주택에 주목했다.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기대감에 단독주택 가치는 더 뛰었고 건설사도 앞다퉈 단독주택사업에 몰두하며 사람들의 변한 입맛에 부응했다. <머니S>가 변화한 주거트렌드를 선도하는 단독주택의 매력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그리고 부동산시장 규제 속 단독주택이 품은 현재와 미래가치는 어떨지 자세히 짚어봤다.<편집자주>


우리 삶의 세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다양하게 진화했다. 그중에서도 집을 뜻하는 ‘주’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다. 초가집과 한옥 등 단독주택이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으로 바뀐 게 가장 눈에 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 천편일률적인 고층아파트에 지친 사람들이 새로운 주거 형태를 갈망하기 시작한 것. 오로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공간을 꿈꾸며 고층아파트를 떠나 잔디가 펼쳐진 단독주택으로 향하는 게 새 주거트렌드로 떠올랐다.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시장 규제에 따른 아파트 청약시장 불확실성도 단독주택 인기에 한몫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휴식공간으로 진화한 주거트렌드
국내 주거트렌드는 1970년대 들어 크게 변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동네 골목길을 중심으로 작은집 여러가구가 다닥다닥 밀집된 모습이 주를 이뤘지만 1970년대부터 서울 압구정동과 반포동에 현대아파트·주공아파트가 들어서며 대단지아파트의 물꼬를 텄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경기 분당·중동·일산 등 수도권 1기신도시가 건설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판교·동탄·광교 등 2기신도시 건설 계획과 함께 유명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가 주택시장을 점령했다.


주거트렌드가 건물의 겉모습이 아닌 브랜드아파트에 초점이 맞춰지자 사람들은 어느 동네의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주거의 질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그러는 동안 국내 집값은 폭등했다. 사람들은 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를 선호했지만 인기만큼 가격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뛰었다. 무리해서 브랜드아파트를 장만하는 바람에 빚만 늘었다. 어느 순간부터 집은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똑같이 생긴 성냥갑 아파트가 사람들에게 답답함을 안기자 최근 ‘단독주택’이라는 새 주거트렌드가 등장했다. 집에 대한 인식이 재산의 척도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휴식공간으로 바뀐 것. ‘힐링’, ‘에코’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단어들로 대변되는 ‘단독주택’은 그렇게 우리 삶에 찾아왔다.
     

◆'미래 주거공간' 국민 10명 중 6명 원해
브랜드아파트가 국내 주택시장을 점령하던 때에도 곳곳에 단독주택이 있었지만 변방이었다. “나도 저런 단독주택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도 관리가 힘든 데다 땅을 사고 설계에서 시공까지 직접 챙겨야 하는 부담이 만만찮았다. 사람들의 주거선택 기준은 ‘교통·학군·생활편의시설’ 등 이른바 삼박자를 갖춘 브랜드아파트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건설사의 각종 특화설계 경쟁으로 번졌고 청약단지마다 흥행을 거듭했다. 비싸도 제값을 한다는 인식이 퍼지자 너도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내집 마련을 위해 청약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정부의 잇단 부동산시장 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의 마음은 점차 새 주거트렌드인 ‘단독주택’으로 향했다.

국토연구원이 2014년 실시한 ‘주택가치의 인식에 관한 국민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2040년쯤 살고 싶은 집으로 단독주택 또는 타운하우스를 희망했다. 집을 재산이 아닌 휴식공간으로 인식하는 추세도 늘었다.


지난해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미래 주택시장 트렌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만 25~64세 1020명 중 35%가 집 구매 시 ‘주거 쾌적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지친 일상에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와 비싼 집값이 주거트렌드 변화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종류도 다양… 입맛 따라 고른다

아직 국내 주택시장은 유명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가 점령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어김없이 브랜드아파트가 차지하며 확대된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나름대로 청약수요를 붙잡고 있다.

아직은 이에 비할 바 못되지만 단독주택도 시장 확대를 노린다. 10억원 이상 아파트에 청약하면서도 단독주택 건축비나 분양가는 비싸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의 인식도 변했다. 브랜드아파트 못지않은 특화설계 등을 앞세워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단독주택이 등장한 것도 한몫했다.

최근 단독주택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유형은 ‘테라스’다. 아파트의 발코니가 대체로 빨래를 널거나 각종 집기를 쌓아놓는 용도에 그치는 반면 테라스는 더 넓은 공간이라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 먹는 캠핑공간이나 정원처럼 꾸밀 수 있다. 형태에 따라서는 서재로 쓰거나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단독주택 수요가 늘자 각 건설사는 각종 인프라로 생활편의성을 확보한 아파트의 장점과 풍부한 녹지 공간을 살려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전원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다양한 테라스형 단독주택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테라스형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 분양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축비와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협소주택이나 땅콩주택 같은 단독주택도 있다. 

협소주택은 주택가 골목 자투리땅이나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활용한 단독주택으로 주거자의 다양한 개성 표현이 가능하다. 땅콩주택은 껍질을 쪼갰을 때 두개의 알맹이가 나오는 ‘땅콩’처럼 한집에 두가구가 살 수 있는 형태의 단독주택이다. 건축비를 두가구가 나눠 부담하므로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게 장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