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세대 부모 밑에서 비교적 풍요로운 경제적 혜택을 누렸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 좌절한 세대. 최근 밀레니얼세대가 우리 사회 주 활동계층,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면서 주목받는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고객’ ‘소유보다 공유를 원하는 세대’ ‘재미와 보람을 추구하는 신인류’ 등으로 일컬어지며 이전 세대와 다른 행동양식을 보인다. <머니S>가 국내·외 밀레니얼세대의 현황, 그리고 그들의 공익활동 속 특징을 살펴봤다.<편집자주>

“밀레니얼세대와 일해 본 기성세대는 그들이 함께 일할 때 가장 빛이 난다고 응답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다가 모이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세대는 축복받은 세대가 아니다. 이들은 저성장 속 높은 실업률로 취업, 결혼, 주택마련, 출산 등을 포기한다며 스스로를 'N포세대'라 부른다. 그럼에도 이들은 '베이비붐세대' 이후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세상을 바꿀 강력한 세대로 떠올랐다. 

왼쪽부터 홍주은 팀장, 김빛나 매니저. /사진=김정훈 기자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밀레니얼세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더욱 중요한 가치를 띤다. ‘밀레니얼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를 내놓은 진저티프로젝트의 홍주은 팀장(36), 김빛나 매니저(27)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무한잠재성 원천은 ‘재미’
밀레니얼 프로젝트는 비영리조직 컨설팅기관 진저티프로젝트와 이들을 후원하는 동그라미재단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진저티프로젝트는 이 연구를 위해 지난해 8~11월 밀레니얼세대 활동가 15명, 그들과 함께 일하는 기업인 5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3번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한 자체 제작한 온라인 서베이프로그램을 이용해 밀레니얼세대(1980대~2000년대 태생) 656명을 직접 설문조사했다. 

- 연구주제가 많았을 텐데 왜 밀레니얼세대를 선택했나.


▶홍 팀장 = 밀레니얼세대는 현재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세대지만 국내에서의 인식은 N포세대, 흙수저 등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우리는 이들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다. 아직 사람들이 밀레니얼세대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청년은 본인이 밀레니얼세대라는 자각도 없다. 이들이 가진 역량과 잠재력을 제대로 드러냈을 때 어떤 폭발력이 있을지 알리고 싶었다.

- 연구가 밀레니얼세대가 펼치는 공익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홍 팀장 = 밀레니얼세대는 최신 유행에 민감하며 사회와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비영리단체나 사회기관 위주로 공익활동을 펼쳤지만 요즘에는 개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금도 하고 캠페인을 펼친다. 지난해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국정농단 촛불집회’도 밀레니얼세대가 만든 현상 중 하나다. 다양한 깃발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집회를 축제처럼 만들었다. 

지난해 말 열린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는 ‘무성애자 연대’, ‘독거총각 결혼 추진회’, ‘혼자 온 사람들’, ‘행성연합지구본부’ 등 시민들의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다양한 깃발이 거리를 수놓았다. 집회의 무거움을 담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이 깃발로 표현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재미’는 이들이 추구하는 공익활동에 대중성을 부여하며 더 빠르고 파급력있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밀레니얼세대라 불리는 우리는 상상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각자 서있는 곳에서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가능하면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방향으로.”

진저티프로젝트가 내놓은 연구보고서 첫 표지에 나오는 문구로 <미운청년새끼>의 저자이자 밀레니얼세대인 최서윤씨의 글이다. 재미와 보람은 밀레니얼세대에게 어떤 의미일까.  

- 밀레니얼세대가 추구하는 ‘재미’란 어떤 것인가.

▶홍 팀장 = 나랑 코드가 맞는 사람과 일종의 ‘작당모의’를 해서 성과를 냈을 때의 희열감? 그런 걸 재미로 보는 것 같다. 또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 나다운 삶을 완성할 수 있는 일 등 단순한 재미와는 조금 다른 개념의 재미를 추구한다. 그게 자연스럽게 사회 이슈로 연결되고 공익활동 같지 않은 공익활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 매니저 = ‘그거 재밌어?’의 재미가 아니라 ‘그거 진짜 재미있었어!’의 재미같다.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의 의미랄까. 상대와 나에게 뭔가 변화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미’는 밀레니얼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동기부여다. 즉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특별한 활동을 경험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고 공익활동 같은 더 생산적인 일로 나아가는 요인이 된다는 것. 

홍 팀장은 대표적인 밀레니얼세대로 같은 프로젝트팀에 근무 중인 'N잡러'(잡이 여러개인 사람) 홍진아 매니저 사례를 들었다. 

홍 매니저는 진저티프로젝트에 주2회 출근하고 다른 조직에 주3회 출근한다. 그리고 매일 저녁엔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에코백이나 파우치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금을 여성활동기금으로 기부한다. 또 주변 지인들(12명)과 사회투자 계모임을 한다. 매달 한사람당 5만원씩 60만원을 모아 공익단체와 스타트업기업을 선정해 투자한다. 

또한 밀레니얼세대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SNS에서 쉽게 찾고 활동을 공유한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곧 밀레니얼세대의 지지 표시다. 보고서에서 한 30대 여성 응답자는 SNS를 ‘가두리양식’으로 표현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것 같은 사람은 포획해 양식장에 넣어둔 뒤 꾸준히 관찰한다는 것.

연구팀은 이를 ‘느슨한 연대’로 정의내렸다. SNS는 온라인을 통해 느슨하게 연결돼 있으면서 언제든 기회가 되면 함께 일할 수 있는 자원교류망이다. 그들은 일면식이 없지만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신 표현하는 밀레니얼, 날개 달아주려면


- 밀레니얼세대가 왜 이런 특징을 갖게 됐다고 보나.

▶홍 팀장 = 밀레니얼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IT기기에 쉽게 노출됐다. 또 비교적 풍족한 시대인 90년대에 청춘기를보내 해외여행기회가 많았고 학교 안팎에서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자연스레 사회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질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

▶김 매니저 = 학창시절에 싸이월드와 버디버디(메신저)가 유행했다. 이 플랫폼들의 특징은 상태메시지, 아바타 꾸미기 등으로 자신의 감정상태를 표현한다. 밀레니얼세대의 바로 윗세대인 X세대만 해도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또 해외여행을 통해 가치관이 확장됐다. 보통 우리는 해외여행 시 다른 문화를 경험한다고 생각하지만 밀레니얼세대는 기존 한국문화를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밀레니얼세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미국은 밀레니얼세대가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며 경제성장의 핵심인력으로 주목받는다. 한국도 그럴 거라고 보나.

▶홍 팀장 = 우리가 출간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표지 제목이 ‘반짝 반짝 빛나는’이다. 표지를 보면 여러 별이 흩어져 빛나고 있다. 이미 밀레니얼세대는 각자의 영역에서 영향력있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연구를 시작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밀레니얼세대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누군가는 읽어내야 한다. 그리고 밀레니얼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들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은 조직 환경을 조성하는 길이다.

▶김 매니저 = 밀레니얼세대와 일해 본 기성세대는 그들이 함께 일할 때 가장 빛이 난다고 응답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다 모이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 조직 내에서 밀레니얼세대가 갖는 의미도 클 것 같다.

▶홍 팀장 = 재작년에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란 책을 내고 전국에 강연을 다녔다. 생각보다 조직마다 세대 이슈가 크고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직 내에서 기성세대와 대립하는 세대는 주로 밀레니얼세대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 내에서 밀레니얼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삼성·LG 등 대기업에서 인터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들 조직 내 밀레니얼세대 구성원 비율이 높다 보니 기업도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 조직 내 세대간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있나.

▶홍 팀장 = 이런 질문이 올 때마다 ‘오래된 열정, 새로운 방식의 만남’이라고 대답한다. 조직에는 오래된 관습이나 직장문화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밀레니얼세대는 변화에 익숙하다. 이들의 업무역량을 이끌어내려면 새로운 방식과 기술이 만나야 한다. 조직도 이런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

- 연구결과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홍 팀장 = 밀레니얼세대는 N포세대, 흙수저세대 등 너무 부정적인 프레임에 갇혀있다. 그들이 가진 장점을 사람들이 알아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밀레니얼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안전한 실험실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세대에 대한 연구가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무브먼트(운동)처럼 확산되길 기대한다.

▶김 매니저 = 저는 연구참여자이자 밀레니얼세대로서 이 연구를 통해 나를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쉬운 것은 사회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밀레니얼세대를 바라보는 것과 똑같이 자신들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밀레니얼세대가 부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그건 경제적 능력이나 학력과 상관없다. 연구 결과를 떠나 한명 한명의 밀레니얼세대가 잘 살아가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