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모두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1위에 달함에도 국민의 삶의 질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취업인사포털 사람인과 함께 ‘웰빙’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지난 8월14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에서 이뤄졌고 20~60대 성인 1455명이 참여했다. 설문응답을 기반으로 웰빙을 좌우하는 재정상황, 직장생활, 가족과 건강문제 등 현주소를 짚어보고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들어봤다. 또 그들에게 닥친 위기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알아봤다.<편집자주>

한국인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년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L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총 38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BLI는 물질적 삶, 삶의 질 등 11개 영역을 점수로 산출하는 지수다. 우리나라는 교육, 시민사회 성숙도 등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일과 삶의 균형, 건강, 공동체부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분명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를 가늠하는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매년 세계 10위권 안팎을 기록한다. 하지만 국민의 ‘웰빙지수’는 좀처럼 오르지 못한다. 웰빙하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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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일과 삶의 균형 중시
덴마크가 올해 OECD 국가 중 일과 삶의 균형이 가장 조화로운 국가로 선정됐다. 사실 일과 삶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국 역시 직업의 중요 고려요소 중 하나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이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모는 워라밸을 충족하기가 더욱 힘들다. 따라서 정부의 효율적인 제도는 일과 가족, 개인생활을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고리가 될 수 있다.

덴마크는 단 2%의 근로자만이 일주일에 50시간 이상 근무한다. OECD 평균 13%의 노동자가 이에 해당하는 데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하는 시간이 적은 만큼 자연스럽게 여가시간도 늘어난다. 덴마크의 정규직 근로자는 식사나 수면, 취미생활 등을 위해 전세계에서 가장 긴 하루평균 15.9시간(66%)를 사용한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탄력근무제의 보편화 때문이다. 탄력근무제는 노동자가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만든 제도다. 덴마크는 업무시간을 유연하게 만들어 근로자가 자신의 인생을 즐기도록 했다. 지난 2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시 의회는 탄력근무제도 도입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반기업 근로자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펜하겐시의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가 근무시간을 결정하면 직업만족도가 28.8%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말까지 건강복지국에 시범적용해 제도가 안착하면 다른 부처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코펜하겐뿐 아니라 다른 주요 도시 역시 탄력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덴마크 기업들은 빠르게 탄력근무제 정착에 나섰다. 덴마크 최대 금융그룹인 단스케방크는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희망하면 시간제 근무로 전환해주는 제도를 2012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 회사는 ‘연 780시간(주 15시간) 이상 근무’와 ‘연 780시간 미만 근무’로 구분한다. 근무방식도 ‘하루 근무시간이 짧은 주5일 근무형’과 ‘월말 집중근무형’, ‘근무요일 자율지정형’ 등으로 다양하다.

◆캐나다: 건강·의료비, 국가 책임

캐나다의 평균수명은 82세로 전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또 자신이 건강하다고 응답한 국민이 전체의 89%에 달할 정도로 건강을 자신한다. 국가의 평균수명을 좌우하는 변수는 1인당 의료비 지출과 관련이 깊다. 2015년 기준 캐나다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은 10.2%다. 한국의 6.9%보다 3%포인트 이상 높다. 그러나 캐나다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은 14.3%로 한국(36.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건강과 재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캐나다인의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캐나다의 정부의료보험제도(GHIP)가 잘 발달됐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의료제도는 전세계에서 매우 훌륭한 건강보호제도 중 하나로 꼽힌다. 캐나다는 1971년부터 전국민 단일 의료보장제도를 도입했다. 국영 의료보험을 소지한 캐나다 거주자에게는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가 치과진료, 미용을 위한 성형외과진료, 안과 검진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지원한다. 정부 의료보험으로 보장할 수 없는 부분은 유럽식과 미국식이 혼합된 사보험이 담당한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복지혜택 차별이 없어 영주권을 취득하면 국가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전액 보장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의견도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14년째 거주 중인 김호중씨(37)는 “정부의 의료보험료가 한정됐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검사가 제한된다”며 “큰 병원을 가도 의사나 의료기기가 부족해 CT·MRI를 찍으려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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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공동체 가치가 최고
일찍이 자유를 찾아 건너온 바이킹들이 정착한 아이슬란드는 전세계에서 공동체적 가치가 가장 존중받는 나라 중 하나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의 저자 박혜정은 아이슬란드를 “모두가 걱정 없는 사회를 함께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나라”라고 소개했다.

아이슬란드는 매년 OECD 공동체 지수 상위권을 지킬 정도로 사회적 신뢰를 중요시한다. 아이슬란드 국민의 96%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강력한 공동체 정신은 개인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업과 서비스 등에서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OECD는 설명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높은 삶의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공동체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아이슬란드의 제도는 사회주의적으로 평가받는다. 노동자 권리보장, 높은 공교육 수준, 출산과 육아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형성됐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복지제도로 많이 언급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이슬란드의 복지제도는 33만명의 소수 인구라 가능하며 우리나라에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