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한진중공업에 주목한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이 이뤄지는 부지 주인이 한진중공업이어서다. 또 부산 영도조선소 역시 한진중공업의 소유다. 재무구조가 점차 개선되는 상황에 이 같은 개발소식까지 더해져 한진중공업의 주가상승이 기대된다.
◆동서울터미널 개발, 사상 최대이익 기대
한진중공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는 파고를 넘지 못했다. 해운경기 악화로 물동량이 줄고 선박 발주가 급감해 2010년부터 적자에 허덕였다. 한진중공업은 2013년 유상증자로 1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과중한 차입금과 수주고갈로 유동성 리스크에 시달렸다.
그러나 올 들어 한진중공업이 빠르게 부동산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 잃었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되찾는 분위기다. 한진중공업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이행 중인 자구계획안에 따라 올 상반기 부산 다대포공장을 1600억원에 팔았다. 또 인천 북항배후지도 3000억원에 매각했으며 현재 추가 부지매각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자산매각에 나선 한진중공업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이행조건으로 내년까지 연결부채 1조8000억원 중 9000억원 이상을 상환할 계획이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한진중공업의 주가가 수주나 영업활동보다 부동산 매각 이슈에 더 민감해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 애널리스트는 “앞서 한진중공업의 목표주가를 5300원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자산매각 작업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어 회사의 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점차 안정을 되찾는 한진중공업에 놀라운 희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서울시가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한진중공업과 사전협상에 들어간 것.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부지 4만㎡(장부가 3400억원)를 보유한 업체다.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이 부지 확보인 만큼 개발 가능한 부지를 보유한 업체가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앞서 서울시는 2014년부터 뉴타운 해제의 대안 차원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2015년에는 서울역, 세운상가, 창신동 등 1단계 도시재생지역 13곳을 선정했고 올 2월에는 영등포 경인로, 정동 등 17곳을 2단계 지역으로 지정해 현재 총 30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개발계획에는 호텔과 프라임급 오피스, 상업시설 등이 들어가는 연면적 29만㎡, 최고 32층(용적률 373%) 규모의 쌍둥이 빌딩안이 제시됐다. 터미널 규모는 기존 시설의 120%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1만㎡ 이상의 부지를 개발하려면 시와 용적률 조정 및 기부채납비율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서울시와의 협상이 중요하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프라임급 오피스가 부족해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서울 CBD(중심업무지구)지역의 투자수익률은 4~5% 수준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이어서 글로벌펀드들이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기부채납비율을 최상단인 40%, 용적률을 372%로 가정하고 서울 CBD지역의 프라임급 오피스 평균 매각가인 평당(3.3㎡) 2300만~2600만원을 적용하면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개발 매출은 1조2000억~1조4000억원, 프로젝트 개발 순이익은 5270억~646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토지 장부가가 34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높은 이익률이 기대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개발이익을 계산하면 한진중공업은 사상 최대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의 ‘2030 서울시 생활권 계획안’의 핵심은 5개 권역 중 가장 낙후된 동북권의 상업지를 늘리기 위해 개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마침 동서울터미널 부지는 동북권에 위치했다. 서울시의 의지가 강하고 정책방향성에 부합하는 만큼 현재 계획인 2019년 착공, 2022년 완공은 순조로울 전망이다.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 가치상승 전망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 역시 2014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재생사업지라 가치상승이 기대된다. 정부는 영도 부지를 보존해 관광지로 재구성하고 주거시설을 지어 사업성을 높일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항만공사(BPA)의 영도 부지 예상 매입가는 1조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개발 전 연안관리법 등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착공은 2020년쯤 가능할 전망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영도조선소 매각과 부산연안 개발이 발목 잡힐 일은 없다”며 “한국형 도시재생사업의 수혜주는 결국 부지를 보유한 한진중공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수주잔액이 감소하고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선건조의 중심이 되는 수빅조선소에서 가시적인 개선 확인이 필요하고 지난 6월 말 순차입금비율이 361.9%로 높은 점도 부담스럽다”며 “보유부동산의 추가 매각과 자체 개발 등 추가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접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그러나 자율협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영도조선소와 건설부문도 안정화를 찾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은 원가 경쟁력이 높은 수빅에서 상선사업을, 부산 신선대 야드에서 특수선사업을 진행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동부증권은 한진중공업의 목표주가를 51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7000원과 65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4300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