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영 판사. 영장 기각.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사 박모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오후 10시56분쯤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박 상무가 검찰의 회계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분식회계와 관련된 중요 증거를 골라 부하 직원에게 이를 파쇄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하 직원은 박 상무의 지시에 따라 회계 관련 문서 수십장을 파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부하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문서들이 분식회계 관련 자료들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오전 0시12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증거인멸죄는 자기가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되는 반면, 증거인멸 교사죄는 인멸 대상인 증거가 자기가 처벌받을 형사사건에 대한 경우에도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박 상무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거인멸죄가 아니라 증거인멸 교사죄"라며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박씨로부터 교사받은 실무자들도 분식회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자들이므로 증거인멸 교사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하지만 이 사건에서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것인데, 이 사건 피의자 박 상무는 재무제표 작성을 담당하는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분식회계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실무직원들에게 직무상 상하관계를 악용해 검찰에 제출할 서류 중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 혐의와 직결되는 중요 증거서류를 직접 골라내 세절기에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라며 "박 상무에게는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단계에서의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