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면접 대기줄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역대 최대규모의 금융권 채용박람회가 지난 13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다. 문재인정부가 밀고 금융권이 응답한 이번 박람회는 전국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협회 및 은행·보험사 등 총 53개 금융회사가 총출동해 구직자들을 맞았다. 그동안 채용정보에 목말라하던 8000여명의 구직자들은 모처럼 열린 대형박람회장에서 취업갈증을 해소했다.
이날 열린 채용박람회는 금융회사가 총출동한 만큼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금융회사들은 상담부스에서 채용상담을 진행했으며 시중은행 6곳(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 이날 박람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블라인드면접을 실시했다. 또 금융권 채용설명회, 취업특강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돼 열기가 뜨거웠다.
◆은행권 ‘인기’…일부 부스 ‘썰렁’
“KB국민은행 응시자 입장하겠습니다. 신분증 꼭 챙기세요.”
오전 9시30분. 은행의 블라인드 면접이 시작됐다. KB국민은행 면접부스 앞에 줄섰던 구직자 10여명이 안내원의 구호에 맞춰 블라인드면접장으로 향했다. 표정엔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했다.
이날 실시한 블라인드면접은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 사이에서 최대관심사였다. 면접 우수 응시생에게 서류전형 면제혜택이 주어져서다. 면접신청서에는 이름과 나이, 주소 등 최소한의 신상만 기재한다.
구직자 김민정씨(26)는 “서류전형 문턱에서 매번 좌절한 저에게 이번 블라인드면접은 좋은 기회”라며 “질문도 본인의 장단점, 비전, 지원 동기 등으로 어렵지 않아 소신껏 잘 대답했다”고 만족해했다. 또 다른 구직자 변규환씨(26)는 “다대다 면접이 아닌 일대일 면접이라 더 긴장됐다”며 “은행 한두곳 정도 더 면접을 본 뒤 채용부스를 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람회장에서 블라인드면접만큼이나 구직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채용공고 게시판이다. 이곳에는 이날 참여한 53개 금융사의 모집부문과 연봉, 전형일정 등이 상세히 게시됐다.
채용상담 부스는 구직자의 선호도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업권별로 상위사의 부스는 구직자 줄이 길게 이어졌지만 연봉이 비교적 낮은 금융공기업, 일부 금융사 부스에는 빈자리가 보였다. 특히 은행권 부스는 오전 내내 구직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북새통을 이뤘다.
핀테크 관련 IT 직종, 기술금융 관련 일자리를 소개하는 ‘신금융일자리’ 부스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이곳에서는 금융부문 새로운 일자리정보 안내와 함께 해당 분야의 재직자가 직접 구직자를 상대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하지만 아직 생소해서일까. 부스를 들르는 구직자는 많지 않았다.
채용공고. /사진=임한별 기자
블라인드 면접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블라인드 아닌 블라인드면접?
행사 진행에 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구직자의 관심도가 높았던 블라인드면접은 박람회 흥행을 위해 급조된 탓에 행사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 구직자들은 은행별 면접부스 앞에서 장시간 선 채 대기했다.
대기줄 인근은 1000여명이 밀집해 후덥지근했고 구직자들은 면접을 보기도 전에 진땀을 흘리며 체력을 소진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블라인드 면접신청자는 1300여명을 넘었다.
면접대기에 장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설명회나 채용부스를 돌아볼 시간이 부족한 구직자도 속출했다. 면접을 마친 구직자들은 긴장감을 풀 새도 없이 타 은행의 면접 대기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은행 한곳에서 면접을 보는 데만 2시간 이상이 소요돼 2군데 이상 면접을 볼 경우 대기에만 5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주최 측은 블라인드 면접 대기자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30분 일찍 면접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날 채용박람회의 공식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오전 9시부터 2시간 대기 끝에 첫 면접을 본 구직자 박영민씨(29)는 “면접을 본 뒤 채용부스도 돌아볼 계획이었는데 이 상태면 2~3곳의 면접만 본 후 귀가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에는 구직자들이 여유롭게 박람회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일정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박람회 전경./사진=임한별 기자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는 구직자들./사진=임한별 기자
100% 블라인드면접이 아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면접신청서에는 이름, 나이, 주소 외에도 자격증과 경력사항, 우대사항 기재란이 존재했다. 구직자 소현아씨(25)는 “신청서에 자격증과 경력사항 기재란이 있어 당혹스러웠다”며 “최소한의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자격증과 경력사항은 특정분야에 어떤 강점을 지녔는지 알기 위한 부분”이라며 “면접은 구직자의 열정과 자세, 미래비전에 더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30분. 박람회 마감시간이 임박하자 구직자들이 삼삼오오 박람회장을 벗어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양손 가득 사은품을 받은 구직자에게 박람회 참여 소감을 물었다. 정권 코드에 맞추기 위해서든 아니든 이 같은 박람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단다. 그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다시는 박람회 안갈 겁니다. 올해 취업할 거니까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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