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검찰 출석. /자료사진=뉴시스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만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배우 문성근씨가 18일 피해진술을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국정원 수사 의뢰에 따라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11시 문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문씨는 이날 오전 10시43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검찰 조사에 임하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부분에 대해서 이 전 대통령에게도 직보를 했다는 것이 확인이 된 것"이라며 "사건 전모를 밝혀내는 것과 동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직접 소환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첫 번째는 경악스럽고 두번째는 개탄스럽다. 국정원이 내부 결재를 거쳐 음란물을 제조·유포·게시한 것인데 이명박 정권의 수준이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수단체 지원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에는 국민의 세금이 많이 탕진되지는 않았고, 화이트리스트에 지원된 돈이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어버이연합을 비롯해 극우단체들이 한 행사에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혹시 일베사이트 같은데 직·간접적 지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예산 낭비 부분에 대해 꼭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문씨는 '왜 본인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같나'라는 질문에는 '"제가 연기 생활을 시작한 1985년, 5공화국 때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익숙하다"면서도 "블랙리스트는 5공때든 6공때든 다 있었는데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없어졌던 것이 복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든 사람이나 지시하고 따른 사람 모두가 이것이 불법행위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역사적으로 기록을 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민·형사 소송 준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대략 5~6분의 피해자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이번달까지는 피해 사례를 수집한 후 다음달쯤 고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내적인 저항이 좀 있는 걸로 보인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가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과거 잘못된 일에 대한 청산이 필요하니 아픔이 있더라도 견디고 꼭 청산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이날 문씨를 상대로 당시 문화·예술계에서 받은 불이익 등 피해 정황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조사결 과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직 시기인 2009~2013년 청와대와 교감 아래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 82명을 선정해 이들의 방송 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추진, 비판 여론 조성 등의 전방위 퇴출 압박 활동을 펼쳐 왔다.

이 같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문씨를 포함해 배우 명계남·김민선 등 8명, 문화계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등 6명, 영화감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52명, 방송인 김미화·김구라·김제동 등 8명,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8명이다.

국정원은 관련 활동에 관여한 원 전 원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