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데 대해 “꼬리자르기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전날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박 시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고소·고발에 나선 배경에 대해 “문건에 나온 대로 다 실행이 됐다… 단순히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 근간을 훼손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중대한 사건이다. 단순히 원세훈 원장으로 꼬리 자르기 하고 지나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고소에 대해 ‘자신은 한가하지 않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데 대해서는, “1000만 서울 시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장 역시 한가하게 전직 대통령을 고소할 만큼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이게 지금 한가한 이슈인가.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엄중한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박 시장은 “명색이 1000만 서울 시민이 선출한 서울시장에 대해서 온갖 방법으로 음해하고 사찰하고 공작했는데 그것을 지금 자기는 한가하지 않다, 그래서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오히려 책임 회피고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보복 논란에 대해서는, “과거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1987년에 오랫동안의 군사독재를 청산하면서 온 국민이 합의했던 것은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정치보복 이런 거 없어야 된다는 것이다. 정치공작 때문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박 시장은 “그것이 21세기에 다시 망령처럼 나타나서 온 국민을 괴롭히고 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이렇게 됐는데 이런 것들을 청산하지 않고 무슨 미래를 만든다는 것인가. 저는 이런 정치적 문화, 새로운 어떤 것들이 형성돼야 그 다음에 올바른 미래가 건설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과거의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도 이런 독재들이 다 사라지지 않았나. 21세기를 바라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게 이해가 가느냐”며 거듭 불법사찰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 시장은 “정치보복이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최대의 정치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했던 거라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