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김미화 블랙리스트. 소설가 황석영씨(왼쪽)와 방송인 김미화씨(오른쪽)가 25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설가 황석영씨(74)와 방송인 김미화씨(53)가 25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정식 조사를 신청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춘기 아이들도 아닌 국가가 하수인을 시켜 뒤에서 교묘하게 문화예술인들을 왕따시켰다"며 "세계 속의 한국 문화, 한류를 앞세우는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문화 야만국의 치부를 드러낸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황씨는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해온 문학계 원로이며,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후 집중적으로 감시와 배제를 받아왔음을 밝힌 바 있다. 김씨는 2010년 이후 방송 출연과 외부 행사에 제한을 받았으며, 최초 공개된 '이명박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통해 실제 배제 대상이었음이 확인된 피해 당사자다.
황씨는 이날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자행해온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조사를 요청해달라는 제안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면서도 "최근 속속 드러나는 예를 보면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가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이제부터 정부 비판을 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주거나 폭로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테니 자중하라'는 주의를 들었다"며 "2015년에는 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제작된 노래라고 내 이름을 적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인 탄압에 대해 "2014년부터 해마다 6월이면 검찰 측의 수사 목적에 의한 요청으로 금융 거래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은행으로부터 통보됐다"며 ▲자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짜깁기해 온라인에 배포한 최초 인물과 배후 ▲문체부가 관여한 문예진흥위원회 및 한국문학번역원의 황석영 배제 과정 ▲검찰이 수사 목적으로 자신의 금융 거래 정보 제공을 요구한 이유 등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도 이날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보게 된 국정원 서류를 보면서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났다"며 "서류를 보면 굉장히 많은 사안에 대해서 국정원장의 지시와 (청와대) 민정수석의 요청 사항들이 적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날짜별로 서류를 보면 처음에는 '연예인 건전화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좌편향 연예인 퇴출 권고' 정도만 적혀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좌파 연예인' '종북 세력' 등 충격적인 용어들이 등장한다"고 묘사했다.


아울러 "검찰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내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