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엿보인 탈원전정책 변화 가능성
야당-업계 강력 반발… 밀어붙이기 부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분야에 대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 등에 대한 여야의 설전이 오갔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에너지업계 기업인들도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입장을 전달해 정부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에너지정책, 야당-업계 반발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강화로 요약된다. 2030년까지 현재 30%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18% 수준으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4.7%→20%)와 액화천연가스(LNG, 20%→37%) 발전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장선에서 29%가량 공사가 진행된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공론화를 이유로 건설이 중단됐다.
야당은 국감에서 탈원전정책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대한 비중립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안정적인 전기공급에 대한 대책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해 정권 초기부터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은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홍보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집중 홍보했다”며 “신재생에너지 홍보 명분인데 신고리 5·6 공론화 진행 중에 이래도 되느냐”고 질타했다.
신고리 5·6호기 주설비 공사를 맡은 두산중공업 나기용 부회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보조를 맞췄다. 나 부회장은 “탈원전정책으로 원전기술이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국내에서 건설이 안 되고 해외에서도 특별한 수출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사장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나 부회장은 또 “공사 중단으로 3개월 동안 약 400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증기분야 하도급 460여개 업체, 시공분야 200여개 업체에 6400여명 정도가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공사 중단 후 이들은 자택에 대기하고 있거나 내부교육을 통해 유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말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공정률이 낮은 석탄화력발전소 9기 중 4기를 LNG(액화천연가스) 등 친환경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과 관련해선 삼척화력발전소(삼척포스파워) 1·2기를 운영하는 포스코에너지 측이 부정적 견해를 분명히 했다.
참고인으로 국감에 출석한 윤동준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삼척화력발전은 민간사업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을 못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세계적 흐름과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릴 수 있도록 입지,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라며 “산업부는 대통령 지시를 책임지는 부서인 만큼 홍보 등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책 전환 찬반 팽팽
야당과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일단 기존 방침에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감에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온 만큼 정부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 초 정부의 방침을 거스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기업인들이 국감장에 나와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에너지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반대쪽 주장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 과정을 보면 답을 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여론 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밟으며 밀어붙이는데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는 게 이번 국감에서도 증명됐다”며 “새정부가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감에서 나온 다양한 목소리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