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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사이에서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담배와 맛이 비슷하면서도 몸에 냄새가 배지 않아서다. 이에 지난 6월 ‘아이코스’를 출시한 필립모리스코리아와 지난 8월 ‘글로’를 출시한 BAT(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코리아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아직 궐련형 전자담배를 내놓지 못한 KT&G는 속이 쓰리다. 주가마저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한 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경쟁자보다 한발 늦게 다음달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할 예정인 KT&G는 외부 풍파를 이기고 다시 국산담배회사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이코스·글로 등장에 주가 ‘주춤’


올 들어 지난 6월 중순까지 KT&G 주가는 20%가량 상승했다. 수급주체 중에서는 외국인이 54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를 견인했다. 이는 담배 수출량과 홍삼의 내수 판매가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T&G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161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3459억원)보다 11.7% 늘어난 386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 중남미 등 해외에서 담배판매량과 매출액이 늘어난 점이 부각됐다. 2분기 해외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6% 증가한 133억개비를 기록했으며 해외담배 매출액도 27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홍삼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자회사 KGC인삼공사도 전년 동기대비 10% 성장한 38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호실적에 기여했다.

하지만 KT&G의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6월 중순 12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지난달 14일 종가 기준 10만원선까지 추락했다. 3개월 만에 16% 넘게 하락한 것이다. 주가하락의 주원인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등장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5일 필립모리스코리아는 궐련형 전자담배기기 ‘아이코스’와 전용담배 ‘히츠’를 출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실제 담뱃잎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특수제작된 담배제품을 불에 태우지 않고 찌는 방식으로 흡입하는 담배다. 담배연기와 재가 없고 과거 유행했던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흡연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아이코스는 국내시장을 빠르게 공략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컨슈머 컨퍼런스’에서 필립모리스가 공식 발표한 바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 기준 아이코스의 서울시장점유율은 5%에 달한다. 아이코스에 이어 BAT코리아도 지난 8월 궐련형 전자담배기기 ‘글로’와 전용담배 ‘네오스틱’을 국내에 선보였다. 필립모리스와 BAT는 현재 일부지역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는 채널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지난달 나온 증권가의 보고서에는 KT&G의 담배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분석이 쏟아졌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코스의 서울시장점유율이 5%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부산·대구 등 주요 대도시로 빠르게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며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출시 전까지는 경쟁사 주도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국내 담배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분기에도 실적 ‘탄탄’… 저가매수 기회
하지만 시장의 우려와 달리 KT&G의 주가는 지난달 저점을 찍은 이후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8일 KT&G는 전 거래일보다 2.36% 오른 10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한 것이다.

직접적인 요인은 IBK기업은행의 지분매각 보류 이슈다. 지난달 20일 기업은행은 이사회를 개최해 올해 말까지 1조원가량의 KT&G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한 기존결정을 철회했다. 기업은행은 2015년 2월 이사회에서 은행의 건전성을 위해 KT&G 지분 951만485주(6.93%)를 올해 말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매각결정 철회로 오버행(매각대기 매물) 이슈가 사라진 셈이다.

이와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가 인상된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면 아이코스와 글로 등의 가격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매출도 줄어들 여지가 커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0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소세를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현재 4300원인 전용담배가 5000원 내외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코스의 판매가격이 5000원까지 인상될 경우 일반담배와 다른 전자담배라는 점과 아이코스 브랜드력을 감안해도 판매량이 5%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KT&G는 신제품 가격에 세율인상분을 사전에 반영할 수 있고 경쟁사 제품 판매 둔화에 힘입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KT&G의 3분기 실적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G는 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2840억원, 4397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5.23%, 3.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담배시장의 총수요는 3.5~4.0% 감소하겠지만 KT&G는 아직 전자담배를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년보다 2.4%포인트, 전분기보다 2.0%포인트 상승한 시장점유율(62%)을 기록할 전망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잠식이 외국산 담배에서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분기에도 수출담배 매출과 물량이 증가하고 KGC인삼공사의 매출도 추석 선물세트 판매 호조로 10%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과도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저가 매수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