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임을 시작으로 삼성그룹의 인사 태풍이 예고된 가운데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지주회사 전환 불발로 약세를 보이던 삼성물산 주가가 다시 상승세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회사의 지분 평가가치 상승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따라 삼성물산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력계열사가 역할을 나누거나 CEO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구분하는 등 변형된 조직이 꾸려질 것으로 관측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회사 주가 상승 주목… 저평가 매력 부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7일 종가(14만8500원)가 올 초(12만5500원)보다 18.33% 상승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10월25일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에 주가가 종가 기준 16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며 올 초까지 약세를 보였다.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구속 역시 삼성물산의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회사의 주가 상승세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2874만2466주(43.44%)를 보유한 대주주다. 단순계산 시 1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자산이 3조9000억원에서 11조3000억원으로 8조원가량 늘었다.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이 안정화돼 배당수익까지 얻을 경우 지분가치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가와 시초가는 각각 13만6000원, 13만5000원이었으나 지금은 40만원을 넘나드는 상황이다. 상장 11개월 만에 200%에 달하는 주가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삼성물산의 또 다른 보유주식인 삼성전자도 반도체 업황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세로 1년간 주가가 약 70% 상승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597만6362주(4.61%)의 해당 지분 평가액은 16조원이 넘는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도 삼성물산의 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이 이어질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과 3세 승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합쳐지자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지분보유량이 가장 많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배구조는 최근 일어난 삼성의 조직개편 변화를 고려할 때 언제든 재부각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영업실적이 안정되고 지분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업가치와 토지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더라도 계열사의 가치(비영업가치와 관계기업가치) 상승으로 적정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삼성물산의 올 3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연결 매출액은 7조217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은 수치로 지난해 동기대비 9%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3분기 실적조정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올해와 내년의 연간 매출 전망치는 상향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성장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수주가 적은 수준도 아니어서 올해 수주목표(10조5000억원)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에 기반한 수주전략은 삼성물산의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해줄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혜가 예상되고 해외에 투자한 발전시설의 가동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도 주가상승에 긍정적 요인이다.



◆안정적 수익 기반… 증권업계 목표가 상향
삼성물산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목표주가 상향조정에 나섰다. 이달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16만7000원에서 18만4000원으로 상향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기존 17만원에서 19만원으로 올렸으며 IBK투자증권은 19만5000원으로 기존(17만5000원)보다 2만원 높였다. BNK투자증권은 신규로 커버리지를 시작하며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22만원으로 제시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높아진 기업가치를 고려해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1.4% 상향조정했다”며 “삼성물산의 현 주가 대비 상승여력은 31%인데 이는 주가가 가치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연초 대비 17%가량 상승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148%), 삼성전자(50%), 삼성SDS(29%), 삼성생명(11%) 등 보유지분가치에 비하면 상승폭이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의 목표가 상향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중심의 지분가치 상승에 기인한다”며 “건설부문의 정상화와 가파른 순차입금 부담 감소 또한 순자산가치 재평가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삼성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개선과 주가상승, 삼성물산의 점진적 실적개선 기조를 고려할 때 주가는 상승 방향에 무게를 둔다”며 “현 주가는 NAV(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이 43%로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황이어서 저평가 매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