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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가 ‘직승인’ 결제라인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밴(VAN)사가 수행한 승인·매입업무를 자체적으로 소화해 중간비용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직승인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이 리베이트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최근 당국이 이 규제를 완화하기로 해 ‘직승인 결제망’은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직승인이란 카드사가 고객의 카드결제를 직접 승인하는 걸 말한다. 대부분의 가맹점에선 밴사가 깔아놓은 결제중개망을 통해 고객의 카드결제가 승인된다. 직승인 결제망은 보통 결제건수가 많고 결제액이 큰 대형가맹점에서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구축한다. 이 구조에서 밴사는 끼어들 틈이 없다. 카드사로선 밴사에 내는 밴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고 가맹점은 가맹점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또 최근엔 밴사가 담당하는 결제승인 일부업무를 카드사나 가맹점이 수행함으로써 밴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을 추진 중인데 업계는 이 또한 직승인으로 여긴다. 기존의 밴 결제시스템과 다른 방식이어서다. 일종의 ‘변형 직승인’인 셈이다. 결제승인 업무를 카드사가 아닌 가맹점이 밴사에 위탁하는 방식도 이에 해당된다. 이 방식에서도 카드사는 밴업무를 축소한 만큼 밴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가맹점은 절감된 밴수수료만큼 가맹점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변형 직승인’ 구축 길 열렸다

이는 지난 9월 초 8개 전업계 카드사 대표들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논의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대폭 수용해 9월 말 카드사 CEO 간담회 후속조치를 통해 카드사의 신사업 진출과 영업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당시 “인터넷은행 출범 등으로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가 등장한 가운데 카드사의 고비용 결제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신용카드 결제 프로세스 효율화’ 조치를 내놨다. 카드사가 밴사 업무를 줄여도 된다는 게 요지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카드사가 밴사를 통한 결제방식을 간소화하고 가맹점이 밴업무가 축소된 결제방식을 이용해도 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새로 내놨다. 카드정보 보안을 지키고 절감된 밴수수료만큼만 가맹점수수료를 줄이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특히 밴사를 생략한 직승인, 즉 ‘카드사-가맹점’ 구조의 직승인은 물론 ‘카드사-밴사-가맹점’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밴사의 업무를 축소한 방식(변형 직승인)도 추진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방식은 리베이트 소지가 있다는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도입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하나로마트가 밴사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금융위의 유권해석으로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보통 ‘카드사-밴사-가맹점’의 구조로 카드결제가 이뤄지지만 하나로마트는 ‘카드사-가맹점(하나로마트)-밴사’의 결제망 구축을 추진했다. 결제승인 업무를 카드사가 밴사에 위탁하는 게 아니라 가맹점이 밴사에 위탁한 후 가맹점의 카드결제 승인을 카드사로부터 직접 받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가맹점이 밴사에 하청을 주기 때문에 밴수수료가 낮아지고 그만큼 가맹점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는 리베이트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고 하나로마트의 결제시스템 구축은 무산됐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가맹점수수료율을 원가대로 책정한다면 밴사를 어떻게 운영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와 밴사간 계약을 맺는 비즈니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카드사가 밴사에 결제관련 업무를 100% 위탁할 수도 있지만 50% 또는 30% 축소된 형태로 위탁할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절감된 밴수수료만큼만 가맹점수수료를 줄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밴사 업무가 줄면 그만큼 밴수수료도 절감된다. 또 가맹점수수료율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원가의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정해지는데 원가의 한 항목인 밴수수료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가맹점수수료율도 인하될 수밖에 없다. 즉 카드사가 결제건수가 많고 금액이 큰 대형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줄어든 밴수수료보다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적용해선 안되며 이 기본원칙만 지키면 카드사가 밴사를 어떻게 운영해도 괜찮다는 게 금융위의 결론이다.



◆직승인·직매입 확대 불가피
이처럼 금융당국이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놓음에 따라 카드사는 직승인 결제망을 여러 형태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부터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범위가 넓어진 데다 금융당국이 내년 가맹점수수료율을 인하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범위는 지난 8월부터 영세가맹점(수수료율 0.8%)의 경우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수수료율 1.3%)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올해 전체 카드사가 2조원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업을 잘해서라기보다 지분매각에 따른 일시적인 착시효과”라며 “실제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000억원가량 줄어든 1조4000억원정도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카드업계는 우대수수료율 범위확대로 올해 3500억원가량의 가맹점수수료 손실을 예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밴업무를 조금씩 축소하는 중이다. 삼성카드는 ‘다운사이징 밴’ 시스템을 확대한다. 다운사이징 밴은 밴업무를 대폭 줄인 삼성카드와 삼성카드 가맹점간의 카드결제망이다. 농협하나로마트도 지난해 구축이 무산됐던 직승인 결제망의 재구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한카드가 전표매입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직매입방식을 시범 운영하는 등 카드업계 전반으로 직승인과 직매입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수익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드사로선 직승인·직매입 등을 통해 ‘중간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직승인 결제망은 카드사가 마음대로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방식이든 직승인 결제망은 가맹점과 함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현재는 대형가맹점 대상으로만 가능한 결제구조”라며 “또 밴사의 일부 업무를 축소할 경우 밴업계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