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사진=뉴시스 DB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관료 출신 ‘거물’이 자리했다.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손보협회 총회에서 15개 회원사 만장일치로 제53대 손보협회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손보협회장은 2014년 민간보험사 출신 장남식 회장이 선임된 이후 다시 관료 출신이 맡게 됐다.


지난 6일부터 공식업무를 시작한 김 회장의 임기는 2020년 11월5일까지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여러가지 정책적 과제가 주어진 손해보험업계에서 김 회장이 ‘올드보이’ 논란을 딛고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현 정권과 손보업계 ‘연결고리’ 될까 

김 회장은 1950년 전북 정읍시에서 태어났다.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필리핀 아테네오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이력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국제금융업무 경력이다. 33년의 공직생활 중 대부분을 경제금융분야에 몸담은 그는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담당 차관보로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 덕에 그는 국제금융계에서 ‘미스터 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외에 관세청장, 건설교통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금융감독위원장 등 요직도 두루 거쳤다. 

김 회장은 떨어진 현장감각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2007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재임한 이후 10년간 공직에서 떠나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취임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직시절) 금융을 비롯해 경제 전반을 다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도 감당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전형적인 ‘보험맨’ 출신은 아니지만 관료 시절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금융현안 전반을 경험했다. 또 건설교통부 차관 경력은 그가 손보업계의 주력부문인 자동차보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김 회장의 이력 중 눈에 띄는 점은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으로 일했고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정책자문단에서 금융정책을 자문했다. 현재 손보업계는 실손보험료 인하와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특수고용직 근로자 보호방안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특히 이 현안들은 보험사의 수익과 직접 연관된 정책이어서 업계는 손보사의 의견이 반영된 최적의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시절 현재의 보험정책 공약에 참여했었다는 점이다. 그가 얼마나 깊숙이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현 보험정책의 장·단점은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는 손보사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선에서 현 정권과 조율을 시도해야 한다.

이번 회추위 투표에서 15개 손보사가 만장일치로 그를 선임한 것이 기대감을 방증한다. 손보사 입장에선 김 회장이 현 정권과 업계의 간극을 좁힐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김 회장 본인도 취임 후 “협회가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내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손보업계는 문재인정부 들어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며 “현 정부와 관련된 회장이 선임돼 꼬인 매듭을 풀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물론 김 회장이 문재인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인사인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에 쉽게 반기를 들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현 정권과의 정·관계 인맥이 두터워 어느 정도의 정책조율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드보이’ 논란 극복과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여론도 김 회장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김 회장은 업계에서 올드보이로 분류되는 재무부 출신 관료로 장남식 전 회장보다 4세 많은 67세다.

국정감사에서도 금융권 올드보이의 귀환이 이슈였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금융협회장에 오래전 금융당국의 수장을 지낸 사람이 오면 금융위원장으로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고 대통령에게 진언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이지만 김 회장은 15회 출신이다. 금융권에서는 행시 10회 선배인 김 회장이 최 위원장에 고개를 숙일 리 없다며 갑을관계가 바뀌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한다. 최 의원의 국감 질문 당시 최 위원장은 “그런 분이 오실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김 회장은 국감 다음날인 31일 투표를 통해 회장으로 정식 선임됐지만 올드보이를 지적하는 여론이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회장이 올드보이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15개 손보사가 원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김 회장이 논란을 극복하고 손보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필
▲1950년 전북 정읍 출생 ▲1969년 용산고 ▲1974년 고려대 경영학과 ▲1974년 행시 합격(15회) ▲1992~1994년 재무부 경제협력국·국제금융국 과장 ▲1998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 ▲1999년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2001년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 ▲2003년 관세청장 ▲2005년 건설교통부 차관 ▲2006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2007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2009년 고려대 경영대 초빙교수·법무법인 광장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