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저평가된 중소형주가 재조명받기 시작하면서 중소형주펀드 수익률도 회복될 조짐을 보인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살리기에 나서는 점이 중소형주펀드의 미래를 밝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한·중 관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정부의 벤처기업 및 코스닥 지원 사격까지 더해져 중소형주펀드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랜 기간 코스닥을 등졌던 기관이 지난달 중순부터 코스닥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는 것 역시 중소형주펀드 수익률 상승에 호재다. 이에 전문가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중소형주 사이클에서 직·간접적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형주펀드 수익률 회복세 ‘눈에 띄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운용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중소형주펀드 40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14.36%를 기록했다. 최근 한달간 평균수익률은 3.3%였으며 40개 펀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는 중소형주펀드 수익률이 개선됐음을 증명한다.
중소형주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종류A’가 5.21%로 가장 좋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중소밸류자(주식)(A)’도 4.94%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신종개인연금중소밸류전환자(주식)’(4.93%),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프랭클린중소형주자(주식) 클래스 C-F’(4.84%),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자 1(주식)A1’(4.61%) 순이었다.
올해 자산운용사들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중소형주펀드를 선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신영자산운용이 마라톤중소형주를 출시해 약 2620억원을 모았고 KB자산운용은 이달 KBSTAR중소형고배당 ETF를 선보였다.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등도 중소형주펀드를 목표전환형으로 출시해 자금몰이 중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벤처·혁신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이 중소형주펀드 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국내증시의 상승랠리가 이어져 앞으로 중소형주뿐만 아니라 중소형주펀드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남국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는 그 특성상 현재의 실적보다는 미래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더 많이 반영된다”며 “내년 문재인정부의 정책 모멘텀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올 연말부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일부 IT(정보기술) 대형주의 이익증가가 워낙 두드러지다 보니 최근까지 대형주의 일방적인 강세가 나타났다”며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확대에 나서고 앞으로 대형주의 이익증가율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중소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소형주펀드 투자, ‘위성펀드’ 개념으로
전문가들은 코스닥에 우호적인 증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도 큰 조정 없이 중소형주와 해당 펀드 수익률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형주펀드 중에서도 코스닥 내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담은 펀드들이 연말부터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강중재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 PB팀장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코스피 IT주가가 평균 40% 가까이 올랐지만 코스닥 IT주는 9%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며 “실적이 탄탄한 중소형 IT주로 구성된 펀드가 뜰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박희봉 DB자산운용 본부장도 “최근 코스닥시장의 꿈틀거림은 투자자 관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며 “중소형주가 많이 편입된 가치주펀드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부터 소비회복세가 지속되는 데다 이미 많이 오른 대형 IT주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저평가된 중소형주가 가장 먼저 타깃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소형주펀드를 투자할 때 ‘위성펀드’ 개념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김후정 유안타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처럼 투자분야가 세분화된 펀드는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섹터투자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중소형주펀드는 위성펀드 개념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20~30%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형주펀드 중에서는 올해 출시된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가 눈에 띈다”며 “하지만 투자자의 성향을 먼저 고려한 후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중소형주펀드라도 펀드별로 중소형주 비중이 다르다. 자신의 투자 스타일이 어떤지를 우선 생각해보고 전문가에게 상품을 추천받는 게 좋다는 얘기다.
또한 변동성을 싫어하는 투자자는 바이오 종목이 다수 담긴 펀드는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앞서 셀트리온, 신라젠 등 바이오 종목이 가파른 주가상승을 보이며 코스닥을 끌어올렸다. 1년 사이 주가가 3~4배 오른 종목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주가가 불안한 행보를 보인다. 지난 6일과 8일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전장 대비 각각 6.71%, 4.27% 하락했다. 바이로메드도 같은 날 전장 대비 각각 3.05%, 1.56% 떨어졌다. 신라젠은 지난 7일 전장 대비 7.07% 급락했고 이날 셀트리온(-4.69%)과 셀트리온헬스케어(-2.25%) 주가도 소폭 조정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시장 참가자가 바이오산업 미래를 낙관하지만 중소형펀드 재료 관점으로 접근할 때 이들 기업 상당수가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단기 주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아직 실적이 견고한 중소형 반도체주나 코스닥 내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다수 포함된 펀드가 변동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