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13일 권오현 부회장(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촉발된 인사·조직개편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 2일 사장단 인사, 16일 임원 승진인사에 이어 22일 정기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를 실시한 것. 오너 리더십 부재 속 예년보다 3~4배 이상 오래 걸린 이번 인사·조직개편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의 미래 행보를 보여주는 가늠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영권·정현호 사장 역할 주목
삼성전자는 사장단·임원 승진인사의 후속조치로 진행된 정기 조직개편·보직인사에 대해 “소비자가전(CE)·정보기술 및 모바일(IM)·디바이스솔루션(DS) 3대 사업부문으로 운영되는 현 사업체제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조직운영 효율을 높이는 소폭의 사업단위 조정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조직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측근으로 알려진 손영권·정현호 사장의 역할이다. 두 사람은 각각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과 사업전략 조율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손 사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디벨럽먼트(Business Development, 이하 BD)를 책임진다. 삼성전자는 손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략혁신센터를 DS부문 산하 조직에서 전사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DS부문 포함 CE·IM부문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그는 BD조직 외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한 하만의 이사회 의장 역할도 겸임한다.
정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 출신이다. 그는 1995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MBA 과정 중 유학 중이던 이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오랜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3월 미전실 해체로 삼성을 떠났지만 8개월 만에 복귀했다.
정 사장은 신설된 전사 조직인 사업지원TF의 수장으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S·삼성SDI·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의 투자·전략·재무·인사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미전실 부활’, ‘작은 미전실’ 논란 등을 의식해 사업지원TF 규모와 인적구성에 대해 함구했지만 옛 미전실 산하 전략·재무팀과 인사팀 인사들이 대거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먹거리 확보 관련 세트부문(CE·IM)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키고 산하에 인공지능(AI)센터를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AI 관련 연구기능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AI 연구개발(R&D)에 집중한 글로벌 IT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하만 인수 이후 총수 부재로 멈춰선 M&A를 적극적으로 재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멈춰선 M&A 시계 재가동
재계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조직개편으로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요직을 꿰차며 이재용체제 구축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적·조직개편 과정에서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을 50대 참신한 인물로 채워 세대교체를 통한 과감한 경영쇄신을 단행할 수 있게 됐다”며 “후속조치로 임원 인사에 이은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실시해 정기인사 일정은 완료했고 올해 안으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2018년 도약을 위한 정지작업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