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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분류표가 12년 만에 개정됐다. 장해정도에 따른 기준, 의료환경 등이 변해 구시대적인 분류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장해분류표는 장해보험금(후유장해보장 특약 가입 시) 지급기준별 지급률이 명시돼 있다.
개정된 장해분류표는 지급기준이 다소 완화돼 보험사각지대에 놓였던 많은 가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급률이 높아져 보험사의 후유장해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면 이 보험도 존폐위기에 놓인 질병후유장해보험처럼 될 수 있다. 달라진 장해분류표는 가입자와 보험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가입자 보험금 액수↑


기존 장해분류표는 실생활이 곤란한 장해인데도 판정기준이 없거나 수술 등으로 정상생활이 가능해졌는데 장애등급으로 분류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판정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당국은 각계의 의견을 모아 2016년 3월부터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분류표 개정작업에 돌입, 오는 4월 실시를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보험보장 사각지대 해소 ▲소비자 권익 제고 ▲의학적 객관성 확보를 위해 장해보험금 지급기준을 바꾼다고 밝혔다. 바뀐 지급기준은 오는 4월1일 계약건부터 적용된다. 4월 이후 장해보험가입자는 바뀐 장해분류표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기존 계약자는 소급적용받지 않는다.

현행 장해분류표는 생명·손해보험사 모두 13개 신체부위별(눈·귀·코·씹어 먹거나 말하는 기능·외모·척추·체간골·팔·다리·손가락·발가락·흉·복부장기 및 비뇨생식기·신경계·정신행동)로 분류된다. 장해란 재해나 질병이 모두 치유된 후 신체나 정신에 영구적으로 훼손이 남은 상태를 말한다. 즉 더 이상 치료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여야 장해로 분류된다. 장해분류표에 따라 가입자는 3~100%의 장해지급률을 적용받고 이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는다.


개선된 주요 내용을 보면 그동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어지러움증에도 장해기준이 없어 보험금을 받지 못했던 사례가 앞으로는 귀의 평형기능 장해기준이 추가돼 장해로 인정된다. 심한 어지러움을 평형기능 장해로 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험사각지대에 놓인 가입자를 구제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장해분류표 개정 목표다.

또한 하나의 장해로 둘 이상의 파생 장해가 발생할 경우 장해평가 방법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파생 장해들을 더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계산했다. 이를테면 척추 장해(지급률 25%)로 발생한 팔(지급률 10%), 다리(10%), 손가락(10%) 장해를 개별적으로 비교해 지급률이 더 높은 척추 장해를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새 장해분류표는 팔, 다리, 손가락의 파생장해를 합산한 값(30%)을 최초 장해인 척추 장해(25%)와 비교해 지급률이 더 높은 장해를 지급 기준으로 한다. 이때 합산 파생장해가 지급률이 5% 더 높으므로 특약 가입금액이 1000만원이라면 가입자는 250만원이 아닌 300만원을 받는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위원은 “파생장해 지급률로 보험사와 가입자간 분쟁이 많았다”며 “최근 대법원에서 파생장해 3개를 합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고 보험사도 최근 이에 의거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며 “다만 여전히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번 장해분류표 개정 때 명확하게 고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험계약 시점에 따라 동일한 장해의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다를 경우 민원 발생의 여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장해분류표 개정은 보다 근본적인 방향을 고려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후유장해특약도 존폐 갈림길?
당국은 장해분류표 개정으로 민원 감소는 물론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장해보험금 지급특약인 후유장해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보험사가 얻을 편익이란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분쟁이나 민원 감소에 따른 비용절감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보험금 지급 기준요건이 완화돼 지급률이 높아지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편익의 의미가 사라진다.

후유장해보험은 생보사의 경우 재해장해특약, 손보사는 후유장해특약으로 판매된다. 이 특약은 대부분의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 상해보험 등에 포함돼 팔린다. 하지만 장해분류표 개정으로 지급기준이 다소 완화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 상승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보험사들이 후유장해특약 내용 중 보장금액을 낮추거나 지급기준 제한을 높이는 등 지급률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부릴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질병으로 인해 장해를 입은 경우를 보장하는 질병후유장해보험은 가입자 사이에서 ‘가성비’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보험사들이 치솟는 손해율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특약내용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질병후유장해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생·손보사 통틀어 3곳뿐이다. 이 3곳도 지난해 보장내용을 축소했으며 장기적으로는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관계자는 “질병후유장해의 경우 의사들의 진단에 따라 장해등급이 심하게 변동되는 등 가입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해 점차 사라진 것”이라며 “가입자들도 재해장해특약 여부에 관심이 많고 보험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상품이라 후유장해보험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해분류표가 실시되고 손해율 통계가 잡혀야 축소 논의도 가능한 것”이라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4호(2018년 1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