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힘입어 주식형 펀드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간판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때 설정액 1조원을 훌쩍 넘었던 이 펀드는 수익률이 고꾸라지며 지난해부터 그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다만 이채원표 가치주 펀드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 점에 비춰볼 때 장기적 관점에서는 반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로선 삼성전자에 대한 과거 판단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NS쇼핑 지분 확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채원 대표의 철학과 맞지 않아 보이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채원 키즈’ 빈자리 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1일 기준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c) 펀드 순자산은 68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5월 1조6406억원까지 불어났던 펀드 순자산이 거의 반토막 난 것이다.
수익률도 과거의 명성이 퇴색한 모습이다. 1월1일 기준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c)의 6개월 수익률은 -3.59%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했던 증시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채원 키즈’로 불리던 펀드매니저의 이탈도 악재로 작용했다. 강대권, 장동원, 정재원, 홍진채 등 시니어급 매니저들이 나간데 이어 지난해 말 김동영 매니저마저 사표를 낸 것. 현재 10년차 이상 부장급 매니저는 이승혁, 배준범 매니저 단 두 명뿐이다.
대신 한국밸류운용은 17년 경력의 장현진 전 흥국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를 리서치 전담 부장으로 영입했다. 장 부장은 종목 발굴, 산업 및 기업 분석 등에 주력하지만 펀드 매니저 역할은 맡지 않는다.
한국밸류운용에서 경력 5~6년차 매니저들을 새로운 이채원 키즈로 육성 중이지만 현재는 이채원 대표가 운용 대부분을 직접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밸류운용 펀드매니저의 총 운용경력 기간은 평균 5년9개월. 전체 운용사 평균(8년11개월)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다만 11명으로 구성된 펀드 책임운용역 기준으로는 평균 운용경력 기간이 8년1개월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는 한국밸류운용의 운용 가치를 이어갈 베테랑 시니어 매니저의 부재가 수익률 부진보다 더 큰 위험요인이라고 본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 대표를 뒷받침할 만한 인물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이채원 대표의 수제자로 알려졌던 김동영 매니저의 빈자리가 커 보이고 나름대로 내부에선 주니어 매니저들을 키우겠지만 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빈자리에 NS쇼핑 등 담아
일각에선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게 패착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엔 초지일관 삼성전자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지만 2016년부터 한국밸류운용은 입장을 바꿔 삼성전자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삼성전자 매수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 성과 부진의 직격탄이 됐다.
다만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카드를 꺼내든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밸류운용의 예측이 일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
2016년부터 한국밸류운용은 삼성전자의 빈자리에 NICE, 동아타이어, NS쇼핑 등의 종목을 채워 넣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NS쇼핑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2대 주주까지 올라섰다.
시장은 가치투자에 기반을 둔 한국밸류운용이 NS쇼핑 주식 비중을 늘린 것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이 대표의 철학과 도저히 맞지 않아 보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NS쇼핑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하림그룹은 내부거래와 편법 증여 이슈 등에 맞물려 현 정부의 첫번째 규제 타깃이 됐던 기업이다. 하림그룹은 김흥국 회장의 장남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올품을 통해 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거래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정부가 적폐 청산을 목적으로 NS쇼핑을 비롯해 홈쇼핑 전반에 대한 갑질행위 조사에 나서면서 악재가 겹쳤다. 조사 과정에서 하림 계열사 증자 동원 논란에 휩싸인 NS쇼핑은 주가에 발목이 잡혔다. NS쇼핑 자체도 2015년 상장된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보여주지 못해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한국밸류운용은 오히려 NS쇼핑 저점매수에 나섰다. NS쇼핑 주가이익비율(PER) 10.88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45배 정도면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채원의 가치투자, 올해는 유효할까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밸류운용이 NS쇼핑 지분을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NS쇼핑 지분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30일에도 NS쇼핑 4만1000주를 매각했다. 이로써 한국밸류운용이 보유한 NS쇼핑 주식 비중은 13.08%까지 쪼그라들었다.
한국밸류운용이 NS쇼핑에 대한 시각을 바꾼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직까지는 여전히 기대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 내 NS쇼핑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에서 NS쇼핑 지분 매각은 펀드 유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가치투자를 모토로 한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 여기에 빼고 담은 종목 중 어떤 것이 ‘모범답안’ 또는 ‘오답노트’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낸다면 이는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간 다소 힘든 시기를 겪은 이채원표 펀드가 올해 어떤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낼 것인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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