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디지털단지의 빌딩 밀집 지역.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산실인 ‘구로공단’으로 불렸던 곳이다. 1960년대부터 40여년간 국내 대표수출산업단지 역할을 해온 이곳은 2000년대 들어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자 디지털이라는 새옷을 입고 변화를 꾀했다. 현재는 정보기술(IT)·영상·게임·의류 등 다양한 벤처기업이 입주한 세련미 넘치는 곳으로 변했다.
내부 벤처기업 수요와 1·2·7호선 역세권 입지를 바탕으로 외부수요 흡수 여력도 갖춰 인근 상권은 늘상 북적인다. 서울 외곽에서 진입하는 간선급행버스(BRT) 개통 계획까지 맞물려 접근성은 앞으로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지은 지 30~40년 된 주변 주거시설은 첨단을 지향하는 산업단지 분위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곳곳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건축 계획 등이 나왔지만 아직은 먼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업단지는 첨단을 지향하지만 주거시설의 낙후된 분위기는 두곳이 비슷했다.

◆황금상권 품은 ‘구로디지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의 분위기는 판이하다. 북쪽은 아파트와 빌라, 다세대주택 등 대체로 주거시설이 몰려 있지만 남쪽은 산업단지가 밀집한 곳이다. 남쪽에도 아파트와 빌라, 원룸 등 주거시설이 있지만 산업단지와 혼합된 형태다.

먼저 북쪽을 둘러봤다. 역 바로 앞에는 입주 11년 된, 비교적 새 아파트인 300여세대의 신대림자이가 있고 바로 옆에는 하반기 입주를 앞둔 대림뉴스테이가 한창 단장 중이다. 길 건너편에는 숙박시설인 신라스테이와 입주 12년 돼 비교적 새 아파트인 500여세대의 동작상떼빌 아파트가 있다. 대림역 방향에 자리한 입주 10년 된 신대림 한솔솔파크아파트 정도를 제외하면 구로디지털단지역 북쪽은 노후 빌라와 다세대 빌라가 주를 이룬다.

대체로 주거시설이 밀집한 구로디지털단지역 북쪽과 달리 남쪽은 상대적으로 번화가다. 역 바로 앞에는 ‘깔깔거리’라고 불리는 먹자골목이 있다. 상권의 특이점은 없다. 술집·식당·편의점·분식집 등 역세권 먹자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권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깔깔거리와 인근 지역 상권 임대료는(1층 기준) 보증금 2000만원에 월 200만원, 보증금 4000만원에 월 170만원, 보증금 1억원에 월 600만원 등 다양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역세권인 데다 산업단지 고정수요가 풍부해 투자가치가 높다”며 “유동인구가 풍부한 만큼 업종만 잘 고른다면 평균은 간다”고 평가했다.

상권을 벗어나 5분 정도 걸으면 산업단지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가 나온다. 비슷비슷한 고층 건물 이름에도 대부분 ‘디지털’, ‘하이엔드’, ‘테크노’ 등이 들어가 단지 특성을 드러낸다.

입주기업은 다양하다. IT·영상·게임업체 등이 주를 이루고 섬유·기계·운송업체 등도 있다.

B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곳의 오피스와 아파트형 공장의 임대료는 보증금 1100만원에 월 110만원부터 보증금 5000만원에 월 500만원, 보증금 6500만원에 월 650만원 등 다양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큰 업체도 있지만 소규모 업체가 많아 가격을 맞추기 쉽지 않다”면서도 “이곳에 입주하면 서울시 등에서 각종 지원 혜택을 주기 때문에 수요는 꾸준하다”고 전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쇼핑몰 밀집 지역. /사진=김창성 기자
◆아웃렛 메카 ‘가산디지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가면 가산디지털단지에 이른다. 가산디지털단지는 구로디지털단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선 인근 가리봉동에 노후주택과 원룸 등이 즐비하고 1·7호선 환승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에 깔깔거리 같은 상권이 형성된 점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구로디지털단지와 달리 역 인근에는 아파트가 없고 상권이 빌딩 내부에 형성됐다는 점이다.

가산디지털단지는 구로디지털단지처럼 역 주변으로 다양한 벤처기업이 입주한 빌딩이 즐비하다. 빌딩이름 역시 디지털·하이엔드·벤처와 같은 단어가 들어갔다. 이곳에도 구로디지털단지와 마찬가지로 IT·게임·섬유·기계·운송업체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이 들어섰으며 온·오프라인 언론사도 입주했다.

C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가산디지털단지 오피스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200만원, 보증금 2400만원에 월 240만원,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됐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로디지털단지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입주기업의 업종과 건물 구성 등은 비슷하다”며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은 산업단지 느낌보다 쇼핑몰 느낌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산디지털단지는 서울의 대표 산업단지지만 아웃렛 쇼핑몰로 더 유명하다. 롯데·현대·마리오 등 대형 유통업체의 쇼핑몰이 들어섰고 단지 곳곳에 정장이나 등산용품 등을 파는 가게도 많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입주 기업의 면면만 보면 구로보단 가산이 다양할 것”이라며 “다만 가산은 쇼핑몰이 들어서 다양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