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빈 신원그룹 부회장/사진=뉴시스 DB
‘유전무죄 무전유죄.’ 비단 법원에서만 통하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돈(?)만 있으면 회삿돈을 횡령하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은 회사에 다시 다닐 수도 있다. ‘여성복 명가’ 신원그룹 박정빈 부회장 얘기다.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지난 7월2일 경영일선에 공식 복귀했다. 2년 전 75억원에 이르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지난 4월30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두달여 만이다. 박 부회장은 신원 설립자인 박성철 회장의 차남이다.
박 부회장의 이른 복귀를 두고 업계에선 시기상조라는 뒷말이 나오지만 신원 측은 주요 현안 처리를 위해 복귀가 앞당겨졌을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시장진출, 개성공단사업 등 당장 챙겨야 할 현안들이 많다는 것이다.
신원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진 부재로 의사결정이 더뎌 사업이 중단될 뻔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른 시점이지만 무급으로 조기복귀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 역시 중국 유통망 확대와 함께 실적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는 수감되기 전 중국브랜드 론칭과 신원의 전반적인 관리파트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패션업계 불황으로 실적 경고등이 커졌기 때문. 신원은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다시 영업이익이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58억원이던 당기순손실도 98억원까지 확대됐다. 올 1분기에도 1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앞으로도 실적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박 부회장에게 찍힌 ‘비리 경영인’이라는 낙인은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는 사기회생과 조세포탈 혐의로, 아들은 횡령으로 신원 오너 부자가 모두 비리를 저질러 신뢰를 잃었다”며 “떨어진 이미지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악재가 잇따르면서 지난 40여년간 이뤄온 여성복 명가 신원의 성장 역시 사상누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부회장이 공든탑을 잘 지킬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1호(2018년8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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