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제공

항공사 기내승무원에 대한 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올 초 조현민 전 대항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 사태 이후 항공업계의 각종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복장규정 등 승무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승무원에 대한 복장 규정은 서비스업의 특성 때문이다. 승객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흐트러짐 없는 단정함을 항시 유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런 규정은 승객을 마주하지 않을 때도 적용돼 승무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승무원 복장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승객이 불쾌해하지 않은 수준에서 승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한 것. 이런 변화를 두고 승객들 대부분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에 대한 복장규정을 완화했다. 유니폼을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평소에는 모자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며 헤어스타일도 단정하게 유지하면 된다.

또 제주항공도 4월부터 객실승무원 서비스규정을 일부 변경,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안경을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야간비행 때처럼 눈이 충혈된 상태에서 억지로 콘택트렌즈를 끼고 비행에 나서는 객실승무원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객실승무원의 안경착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었지만 업계 관행에 따라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울러 승무원 네일케어도 가능해졌다.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스쳤을 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과한 큐빅이나 스톤아트를 제외한 모든 색의 네일아트가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5월에는 티웨이항공이 객실승무원들의 헤어스타일 규정을 없앴다. 승무원들이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겉모습에 치중하는 시간을 최소화해 안전에 더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유니폼은 기본적인 재킷과 치마정장 스타일은 물론 원피스와 활동이 편리한 바지도 구비됐다. 또 재킷과 셔츠, 치마의 색깔도 두 가지로 마련해 개성에 맞춰 총 6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7월부터 객실승무원의 구두 착용에 대한 규정을 변경했다. 외부 이동 시 불편한 뾰족구두 대신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기내화 또는 램프화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이스타항공은 8월부터 기존에 허용되지 않던 운항 중 객실 내 안경 착용이 가능해졌고 여성 승무원은 묶음 머리 외에 ‘포니테일’ 스타일도 허용한다.
이처럼 승무원의 개성을 살리는 건 이들이 최대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최근 항공업계의 트렌드로 꼽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승무원이 과로로 쓰러지거나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데 이는 불편한 복장 규제도 한몫한다”면서 “개성을 살리더라도 승무원 스스로가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잃지 않도록 교육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워라밸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승무원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최근 항공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만큼 항공승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승객 안전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는 점도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승무원의 이 같은 변화를 두고 승객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나치게 획일화된 모습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한결 자연스럽다는 것.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한 승객은 "국적항공사 승무원들은 외국 항공사에 비하면 지나치게 단정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승무원들이 안경을 끼고 네일아트를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좋았다"고 평했다. 또 그는 "특히 LCC 항공기가 좁은데 승무원 복장마저 불편해 보이면 괜히 더 답답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