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한 집 건너 편의점.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선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장기불황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이 정체기를 맞았을 때도 나홀로 성장해 온 결과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량·근거리 구매의 소비형태가 맞물리면서 편의점은 하나둘 늘어 이제 전국 4만곳을 돌파했다. 그야말로 편의점 전성시대다.
최근 편의점업계의 성장세가 꺾였다. 상반기 국내 5대 편의점 신규 출점 수는 2600여개. 지난해보다 24% 감소했다. 편의점 본사의 2분기 매출도 증가폭이 둔화했다. 점주들 사정은 더 악화됐다. 편의점 호황으로 우후죽순 생긴 과포화 현상이 부메랑이 돼 날아온 데다 최저시급 인상 등으로 겹시름을 앓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달 12일 편의점업계 1위인 CU 본사 앞에서 몇몇 점주와 시민단체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점주의 ‘네탓’ 주장은 본사와의 진실공방으로 번지며 점점 과열화되는 양상이다. 


본사 갑질 규탄 기자회견하는 편의점주들/사진=뉴스1 성동훈 기자
“편의점 본사가 점주들에게 일 매출액 150만~180만원을 제시하며 개점을 권유하지만 실제는 66~120만원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적자 상태로 매장을 운영하는 셈이죠. 본사는 허위·과장매출액 제시와 무분별한 출점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점주 수익과 본사 수익이 반비례하는 구조죠.”
◆ “매출 밑바닥”…거리로 나온 편의점주

거리에 나온 일부 편의점주의 날선 목소리가 이어졌다.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모인 자리에서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CU 가맹점 수는 3635개에서 1만746개로 3배가량 증가했다. 본사 매출액도 3.2배, 영업이익은 6.2배나 늘었다. 반면 편의점주의 연평균 매출액은 19.64% 증가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누적 물가상승률(22.87%)에도 미치지 못했다.


박지훈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 대표는 “점포 매출은 본사 이야기와 다르게 밑바닥을 치고 계약기간과 위약금 때문에 폐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분별한 점포개설이 가능한 이유는 점포 매출이 적게 나와도 본사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편의점주의 월평균 매출 이익 대비 가맹수수료 비율이 최대 70%에 이른다는 자료를 내놨다. 그만큼 편의점 본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본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본사들이 모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한편협)는 '프랜차이즈사업에 대한 오해와 사실'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점주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종합해보면 본사와 점주간 갈등 쟁점은 크게 4가지다. ▲과도한 수수료 ▲유통마진 유무 ▲24시간 영업 자율성 ▲폐점 등으로 인한 위약금 규모 등이다.

◆4가지 갈등 쟁점에 인식차 커

먼저 과도한 수수료로 인한 본사 폭리 여부다. “가맹본사가 과도한 가맹수수료를 받는다”는 일부 점주의 주장에 대해 본사 측은 본사가 전액 투자하는 시설·집기, 판매 장비,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경영주 수익률은 9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한편협에 따르면 편의점의 수익구조는 '매출액 - 상품원가=매출 총이익'을 기초로 한다. 하지만 매출 총이익 전부를 가맹점에 주지 않고 약정에 따라 양측의 투자 비율에 맞춰 나눠 갖게 된다. 이에 따라 통상 매출 총이익은 가맹점이 70%, 가맹본사가 30%로 나눠 갖는다.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가맹본부 수익은 총매출액의 약 7%에 불과하다는 게 한편협 측 주장이다. 


'유통 마진'에 대한 입장도 명확하게 갈린다. '상품에 유통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한편협 측은 제조사에서 구입한 상품원가에서 마진없이 그대로 가맹점에 공급하고 물류비조차 부담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점주 측은 편의점 '빅3'인 CU·GS25·세븐일레븐 가맹본사 중 2곳은 물류시스템을 운영하고 1곳은 계열사 물류시스템을 활용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통 마진이 없다는 본사의 주장을 누가 믿겠느냐"고 반박했다.

24시간 영업 문제도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본사는 가맹계약 체결 시 영업시간(18시~19시간, 24시간 중 선택)은 점주가 결정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점주들은 각종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24시간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위약금 폭탄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한다’는 일부 점주들의 주장에 대해 한편협은 가맹계약 중도해지 위약금은 일방적 계약 파기에 따른 손실 책임으로 가맹본사의 귀책 사유로 폐점할 경우 점주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위약금을 낸다고 밝혔다.


한편협 측은 "점주가 중도해지한 경우 시설잔존가를 가맹본사에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마저도 점포의 수익저조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감면해 주는 실정"이라며 "또 가맹계약을 위반해 계약을 중도해지 하는 경우(운영기간별 6개월·4개월·2개월)에도 원칙적으로는 위약금을 모두 부과해야 하지만 실제 위약금부과율은 10%에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과당 경쟁이 불러온 ‘시장 불균형’

전문가들은 개별 점주의 계약 관계를 따져보면 편의점 본사 측의 잘못이 없어 보이지만 본사끼리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일부 가맹점이 보고 있는 게 사실 이라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개별 브랜드의 경우 어느 정도 점포당 거리를 두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가 바로 옆에 들어서는 건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바로 옆에 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면 매출은 당연히 꺾일 수밖에 없다. 결국 과다 출점이 현재 시장 불균형을 초래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는 과거 치킨 및 피자업계 등 프랜차이즈업계의 과당 경쟁으로 가맹점 측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을 지켜봐왔다.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상생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