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곤 채널팩토리 대표(40)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100여년 전통의 국내 최초 여행사 KTB대한여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 홍보, 뮤지컬 ‘셰프’ 홍보팀장, 일본 오카야마현 마니와시 관광국 홍보사무소 소장, 시냅솔로지 한국 슈퍼바이저 등 다양한 일에 뛰어들었고 지금도 그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가정이 있는 한국 직장인이 자의로 여러 차례 직업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머니S>가 정 대표를 만나 새로움과 도전으로 가득 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새 업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죠. KTB에 5년가량 근무하며 일본 나오시마섬 여행을 담당했어요. 이곳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섬인데 베네세코퍼레이션이라는 일본기업이 안도 타다오라는 유명한 건축가와 손잡고 구리제철소였던 황폐한 섬에 꾸준히 투자해 지금은 연간 60만명이 다녀가는 유명한 관광지가 됐죠. 나오시마섬 변화를 가까이서 보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나오시마섬 여행을 기획하는 일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자 정 대표는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침 문화재재단 산하 복합문화공간인 한국의집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었고 정 대표는 주저없이 문을 두드렸다.
“제가 먼저 문화재재단을 찾아가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뽑아 달라고 했어요. 다행히 채용이 됐고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국의집을 홍보하는 일을 했어요. 2년간 열심히 하다 보니 일본인관광객 유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어요. 그때쯤 일본인이 많이 찾는 한국 관광지나 상품을 홍보하는 일을 하는 업체에서 제의가 많이 왔는데 전 뮤지컬에 꽂혔죠.”
한국의집에서의 일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자 정 대표는 또다시 새로운 일을 갈망했다. 당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뮤지컬 ‘셰프’(CHEF New brand of BIBAP) 론칭. 먼저 ‘셰프’ 쪽에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다고 연락했고 마케팅부 팀장으로서 ‘셰프’를 일본에 수출하는 일을 맡았다.
“제가 몰랐던 문화공연을 수출하는 일이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통상 일본은 어떤 사업을 할때 3년 이상은 해야 결과물이 나온다고 하는데 수많은 곳에 연락해 ‘셰프’를 홍보하다 보니 그 전에 성과가 나왔죠.”
새로움을 향한 도전을 거듭하던 정 대표는 2016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생후 19개월이었던 첫째 아이의 발육에 이상 징후를 발견한 것.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의심됐다.
자폐아는 초기 발달 단계에서부터 대인관계에 관심이 부족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인다. 또 언어사용이 제한적이거나 부적절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특이하며 엉뚱한 반복행동을 한다.
“첫째 아이가 자폐가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든 이후 병원과 치료소를 찾아다니는 한편 사이버 대학에 등록해 자폐증 공부에 매달렸어요. 그러다 조기에 시작해 만 5세까지 치료하면 자립할 수 있는 상태까지 나아질 수 있다는 논문을 찾았고 이후부터 아이의 증상 개선에 집중했어요.”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아이 치료에 매달릴 수 없었던 정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2016년 3월 채널팩토리 사업자 등록을 하고 외주계약 형태로 공연 홍보(파이어맨)·여행 기획 등의 일을 시작했다. 특히 여행 기획과 관련, 일본 인적네트워크의 도움으로 ‘나고야 패스’를 판매하며 그간의 일과 달리 일본을 한국에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됐다.
이런 활동이 현지에서 입소문이 나며 오카야마현 마니와시에서 정 대표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다. 한국인에게 생소한 마니와시를 홍보하는 일을 의뢰한 것이다. 이후 한국인여행객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정 대표는 한국 홍보사무소 소장을 맡아 관련 여행업도 하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며 아이 돌봄에 집중하다 보니 2년 만에 아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특유의 성향은 그대로지만 최근 방문한 병원에선 ‘자폐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죠.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기면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하며 살자고 아내와 약속했어요. 어떤 일이 좋을까 찾다 보니 ‘치매예방’이 눈에 들어왔죠.”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일본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데 이들에게 치매는 치료법이 없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이와 관련 노인복지 선진국인 일본에선 종합휘트니스기업 르네상스가 3년가량 연구 끝에 2011년 ‘시냅솔로지’(뇌 활성화 메소드)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지에 보급, 치매예방에 효과를 얻고 있다.
시냅솔로지는 여러 사람이 집단으로 가위바위보 같은 간단한 동작을 통해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두뇌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치매예방과 인지기능·소통·정신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개발자인 후지모토 츠카사 쇼와대학 명예교수에 따르면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노화되기 때문에 자주 자극해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시냅솔로지는 10~20분 즐기면서 많은 자극을 받기 때문에 뇌 기능 향상이 기대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정 대표는 시냅솔로지를 국내에 알리는 일을 함께할 지인과 올 4월 일본으로 건너가 수업을 받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국내에 보급할 수 있는 라이선스도 얻었다.
시냅솔로지는 이달 20일 첫 인스트럭터(지도자) 양성강좌 개최를 시작으로 국내 전파를 시작했다.
“수익을 생각하면 2일간 진행되는 인스트럭터 강좌를 많이 여는 게 좋지만 저는 그보다 90분 만에 배울 수 있는 비기너(보급원) 강좌에 더 공을 들일 계획이에요. 앞으로 매월 비기너 강좌를 열고 주변 지인에게 시냅솔로지 프로그램을 전파할 수 있는 보급원을 많이 양성하고 싶어요.”
늘 새로움을 추구해온 그는 중장기적으로 다음에 할 일도 계획 중이다.
“치매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데다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라 예방밖에 답이 없어요. 이를 위한 시냅솔로지 보급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이후에는 제 아이와 같은 발달 장애아동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자 해요. 이게 진짜 하고픈 마지막 일이에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563호(2018년 10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