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사용 금지 문구. /사진=머니투데이

대학생 유모씨(23·여)는 최근 종로구에 위치한 스타벅스를 찾았다. 그가 굳이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는 ‘커스텀오더(맞춤형주문)‘ 때문이다. 유씨는 평소대로 음료를 주문했지만 직원에게 “얼음을 추가하면 음료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직원은 “아이스컵은 부족하고 일회용컵은 매장 내에서 사용이 불가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씨는 "아이스컵이 없다면 매장이 손해를 감수해야지 왜 고객에게 부담을 지우는지 모르겠다"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면 그만한 대책을 세워놔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올 8월부터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제공하는 사업주에게는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 8월 이틀간(21~22일)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수도권 카페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회용컵 사용량이 확연히 줄었다. 조사 대상 1052개 매장에서 사용된 1만2857개 컵 중 다회용잔은 1만461개(81.4%)로 나타났다. 일회용컵 사용량이 20%도 되지 않았다.

매장 내에서 컵을 이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사진=뉴시스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 100일…고객 불만은?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 정책이 실시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카페 직원과 고객 모두 혼란을 겪었던 도입 초기와 달리 매장 안에서는 머그잔에 음료를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다만 유씨처럼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씨(27·남)는 점심시간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가 곧바로 나왔다. 박씨는 “머그잔이 부족해 음료가 늦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반납되는 머그잔이 들어오면 음료를 준비할 수 있다는 설명에 주문을 취소했다”며 “일회용컵 사용이 좀 더 융통성 있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커피전문점 측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에 맞춰 머그잔 수를 늘리며 수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발주량을 늘려서 꾸준히 매장에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예전에 비해 발주량이 5배 정도 늘었다”고 답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고객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머그컵 사용에 기꺼이 동참해주고 계셔서 저희도 최대한 불편없도록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알바생 10명 중 3명 “손님과 실랑이”

하지만 여전히 매장 내 일회용컵 금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알바생 1099명에게 ‘최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시행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질문한 결과 33.6%가 ‘일회용컵을 요구하는 매장 내 손님들과 실랑이가 많아져 고객 응대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A씨는 “평소에는 괜찮은데 피크시간이나 대학생 시험기간에는 매장 내 컵이 부족해 힘들다”며 “대부분 손님이 일회용컵 사용 금지를 인정하지만 여전히 당황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손님도 있다”고 답했다.

'매장 내 일회용컵 금지' 시행 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일회용컵으로 제공했다./사진=머니S DB

◆꼼수 쓰는 소비자들… 매장 측 “단속 어려워“
일회용컵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주문할 때 ‘테이크아웃‘이라고 말한 뒤 매장에 앉아서 먹는 식이다.

대학생 이모씨(24·여)는 “시원한 음료를 주문할 때 아이스컵에 달라고 하니 컵이 다 깨져서 머그컵밖에 없다고 했다”며 “저는 그냥 주문했는데 일부 고객들은 ‘테이크아웃 한다‘고 말하고 매장에서 먹더라”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매장 측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커피전문점업계 관계자는 "음료 주문과정에서 고객에게 머그컵 사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한다”면서도 “고객의 성향이 다양해 매장에서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가 강제로 쫒아낼 수 없다"며 "정중하게 안내드리고 머그잔 사용을 권유한다"고 전했다.

카페와 고객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 결과 일회용컵 감소 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지난 8월 21~22일 현장조사한 결과 매장 내 일회용컵 이용이 1건도 없었던 매장 비율이 2배 증가했다. 정책 시행 이전인 6~7월에는 29.2%의 매장에서만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조사 시점에는 60.1%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