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전쟁] ④·끝 미래 결제수단 '바이오페이'
카드, 스마트폰, 현금 등 결제수단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시려고 했던 A씨는 난감하다. 결제 전 미리 뚜껑을 열고 한모금 목을 축이기라도 한 날에는 한마디로 ‘대략난감’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업주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사정을 설명해야 할 것인지. 매장 내 다른 사람에게 사정을 말하고 돈을 빌려야 할지. 물론 이 같은 방법은 모두 쉽지가 않다. 이런 난감한 상황, 내 맨손에 결제수단이 있다면 어떨까.
'바이오페이'가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떠올랐다. 바이오페이는 목소리, 정맥, 홍채 등 생체정보를 활용해 비용을 지불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해 5월 롯데카드는 세븐일레븐 무인매장에 정맥인증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한 손바닥 정맥인증 결제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기존에 개인인증을 위한 수단으로 생체정보가 활용됐지만 카드결제까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롯데카드의 핸드페이가 처음이다.
◆바이오페이 실제 사용처 가보니
최근 서울 중구의 롯데손해보험 내에 있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무인편의점)를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해 롯데카드가 선보인 핸드페이(손바닥 정맥인증 결제서비스)를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롯데타워에 1호점이 들어섰으며 이곳은 2호점이다.
심근보 롯데카드 페이먼트사업팀 대리는 “(등록자 기준) 10명 중 7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기존 지문인식 등과 비교해 보안율이 1000배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핸드페이는 어떤 원리이길래 손바닥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인증부터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그 해답은 손바닥의 정맥을 흐르는 혈액 속에 있다. 핸드페이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패턴을 고유 정보로 인식한다. 사람마다 혈관의 모양과 굵기가 제각각이고 선명도 등도 다르다. 이런 점을 착안해 고안된 것이 핸드페이다.
핸드페이 결제방식은 기본 카드결제와 큰 차이가 없다. 물건을 바코드에 찍은 뒤 결제수단으로 핸드페이를 선택한다. 이후 본인확인을 위해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손바닥을 정맥인증 기기에 올리기만 하면 2~3초 만에 결제가 완료된다.
정보보안 측면도 강화됐다. 생체정보를 롯데카드와 금융결제원이 양분해 각각 보유하고 결제요청이 왔을 때마다 해당정보를 불러오는 방식이다. 생체정보를 양분해 해킹의 위험도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롯데카드가 세계 최초로 핸드페이를 선보일 당시만 해도 큰 화제가 됐다. 미디어간담회에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까지 참가할 정도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반짝’ 수준에 그칠 정도로 미진하다.
핸드페이의 경우 롯데카드 고객 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 또 핸드페이 사용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등록처도 6곳에 불과하다. 무인등록기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이 기기가 점검이라도 들어가면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실제 최근 방문한 세븐일레븐 2호점에는 등록기가 없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원래 등록기가 있지만 점검 중이라 편의점 내에 등록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오결제 기술 역시 일본, 미국 등이 다양한 특허를 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기술적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롯데카드가 선보인 핸드페이 역시 일본 후지쯔의 기술을 가져온 것이다.
물론 바이오인식 기술에 대한 전망은 밝다. 가트너그룹 및 미국 MIT 대학이 선정한 ‘21세기 유망 20대 기술’ 중 하나로 해당 기술이 선정됐다. 성장률은 타 IT산업에 비해 10~20%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인증 시장 규모는 2014년 74억6000만달러 수준에서 2020년 168억1000만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생체인증 표준화기구와 글로벌 카드사 연합체가 협력해 모바일 결제 표준화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지급결제에 바이오인증의 활용이 빠른 시일 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바이오페이 활성화는 더딘 수준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바이오페이를 선도하는 롯데카드의 경우 전국 기준 핸드페이를 활용한 결제가 가능한 곳이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하이마트, 오크밸리 등을 통털어 약 80곳에 불과하다.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예상보다 사용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바이오페이 활성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는데도 불편함은 없다”며 “앞으로 스마트폰 보안이 비대면 채널로 가면서 (보안·안전성 등이) 취약해진다면 신체를 활용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초창기이기 때문에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집중되면 보안·편의 등이 동반되는 바이오페이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론 시간은 걸릴 것이다. 체내에 결제 칩을 인식하는 것에도 윤리적인 문제 등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류창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결제의 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결제를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진화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바이오페이를 평가했다.
류 연구원은 또 “개인정보 이슈 등의 걸림돌이 있기 때문에 금융결제 외에 바이오정보 전체에 대한 개인정보 관련 법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생체정보는 개인의 입장에서 두려운 것이다. 기존 간편결제가 이미 편리한 상황인데 굳이 생체정보결제가 필요하냐는 소비자 저항도 검토돼야 한다. 다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 급속도로 퍼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4호(2019년 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